이주의 독자

<한겨레21> 퀴즈 당첨자 유금숙씨

그날 중국요리를 시켜먹었다. 물론 그가 한턱 썼다. <한겨레21>로부터 걸 려온 당첨통고 전화에 흥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 노트북 먹었어! ”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온 소리 때문이었다. 하필 그 시간이 점심시간 바로 전이었을까. 동료들이 가만 둘 리 없었다.

인천 부광여고 국어교사인 유금숙(29)씨. 그는 “행운이라기보다는 필연 ”이라고 ‘강변’한다. “한가위 전날 교무실에서 퀴즈를 풀기 시작했지 요.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해봤거든요. 뭔가 될 것 같은 확신이 들더라 구요. 노트북은 분명히 내 거라면서 확신에 차 말을 했더니 다 비웃더군 요. 그러나 저는 믿었어요. 정말이라니까요?” 맨처음 시도했던 4단계 ‘ 역사 인물탐구’는 조금 까다로웠다. 하지만 세계사 선생님이 옆에 있었 다. 몇문제를 도움받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풀었다. 물론 3박4일이 걸렸 단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386 구닥다리에요. 그래서 586을 노래 불렀는데…. 386은 친구 주기로 했어요.” 유씨는 이제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해 볼 참이다. 하이텔, 천리안 등 통신망에 가입하는 건 물론 인터넷에도 접 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똑똑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학생들에 게 말해줄 이야깃거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가 세달 전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경사’는 없 었는지도 모른다. 인천지역 <한겨레21> 영업사원의 권유를 못 이기는 척 수락했던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자주 사보던 시사주간지였다. “만리재 에서가 참 좋아요. 늘 잔잔한 감동을 느끼지요. 참 체 게바라를 표지이야 기로 다룬 177호 너무 재밌게 봤어요.” 다 읽은 뒤 교실에도 걸어두고 싶지만 늘 맘뿐이다. 게으름 때문이라는 그는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미혼 이라고 자탄한다.

“이 인터뷰 꼭 실어야 해요? 이거 나가면 우리반 아이들까지 한턱 내라 고 난리날 텐데, 하하하….” 그는 가족들에게도 오늘 맛있는 걸 사주기 로 했다며 바삐 자리를 떴다.

고경태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