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영화

에어 포스 원

할리우드 메커니즘 속에서 제작자는 사장이 되고, 감독은 공장장이 되고, 배우들은 세일즈맨이 된다. 영화 <에어포스 원>은 이런 점들 외에 할리우 드영화가 체제 재생산의 선봉장이란 점을 덧붙여 준다. <사선에 서> <아웃 브레이크>의 볼프강 페더슨 감독은 이젠 죽어버린 이데올로기 를 끄집어내고, 다시 한번 냉전영화의 부활을 꿈꾸는 듯하다.

<스타워즈> 이래 선한 역의 대명사인 해리슨 포드와 악한 역의 게리 올드 먼은 기존 캐릭터를 유지한다. 이런 스타시스템은 실패하지 않는 할리우 드 흥행법칙의 제1요소가 아니었던가? 일단 <에어포스 원>은 재미있다. 볼프강 페더슨이 황당할 수 있는 액션물에 사실성과 개연성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 테러와 쿠데타, 빈번한 하이재킹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독이 대다수 테러의 원인이 되는 종교분쟁을 제쳐두 고, 굳이 냉전체제의 유물을 끄집어낸 의도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인터내셔널가>를 한껏 비웃으며, 자본주의의 승리를 재확인하고 있 는 것이다. 아마도 이 점이 클린턴이 이 영화를 두번이나 보고, 섹스 스 캔들을 연상시키는 <머더1600>의 웨슬리 스나입스 대신 해리슨 포드를 백 악관 만찬에 초청한 이유일 것이다.

영화는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과 동일한 내부를 지닌 보잉747 기를 제작하고, 여섯 대의 F6기를 비롯한 수십대의 헬리콥터를 동원한다. 그러나 볼프강 페더슨은 특수효과를 남용하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억제하 며, 모든 초점을 미국 대통령의 정의와 휴머니즘에 맞추어 간다. 한마디 로 미국 대통령의 원맨쇼이다. 볼프강 페더슨은 주인공 띄워주기에 앞장 서고, 비행기에 매달려도 얼마 정도는 버틸 수 있고, 비행기 안 총격전도 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하며 영화의 사실성을 각인시킨다. 그러면서도 자칫 허무맹랑한 액션영화가 될 수 있는 플롯을 넘어 대통령 가족의 안전과 국 가정의라는 팽팽한 줄다리기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확실히 그들만의 파티 는 요란했다. 정의와 가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미국 대통령의 능력은 람보화되고, 강한 미국이란 만세삼창만이 진동한다. 하지만 액션영화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할리우드가 차려준 긴장감과 박진감의 소스를 친 생선을 맛있게 먹고 난 후에 걸리는 가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 대통령의 원맨쇼가 막을 내리면, 레임덕에 휘청거리는 우리나라 대통령과 슈퍼301조란 칼을 휘두르고 있는 미국 패권주의 소식 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김의수/ 영화평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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