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지성

‘바이블 코드’는 미완의 연구

마이클 드로스닌이 원용한 ‘바이블 코드’의 발견자는 헤브루대 수학자 엘리야후 립스를 비롯한 세명의 연구자들로 알려져 있다. 유대인 라비 와 이스만델이 모세5경에서 50글자 간격으로 ‘토라’라는 단어를 찾은 연구 에 주목한 그들은 구약성서의 창세기 원문을 주사(走査)해 원문을 조사하 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은 창세기 에서 유대인 라비의 이름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프로그램 으로 고대 헤브루어 서적과 <전쟁과 평화>의 헤브루어 번역본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보았지만 등거리 암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바이블 코드’의 존재를 입증한 그들은 미국의 학술 전문지 <통계과학> 에 ‘창세기에서의 등거리 문자 배열’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통계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 논문에 관련된 공식적인 반박논문은 아직까지 공식적 으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논문의 수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과학>의 편집자로 이 논문을 싣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한 로버트 E. 카스는 “동료학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창세기 속에 현대인들에 대한 어떤 의미있는 내용이 있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논 문을 옹호했지만 최근에는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 하버드대 수학자 데이 비드 카즈단은 논문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립스 등의 연구를 과학적으로 반박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것이 정말이라고 생각 한다.”

이에 비해 하버드대 수학자이자 라비인 실로모 스타인버그는 미국수학회 지 9월호에 실린 ‘바이블 코드’ 비평에서 논문이 텍스트로 삼은 사본을 정통 헤브루어로 바꾸는 과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지적한다.“성경의 가장 오래된 텍스트로 알려진 레닌그라드 사본과 립스 등이 사용한 코렌 사본은 무려 41군데나 다르다. 립스는 수학자로서 장난을 저질렀으며 수 학을 망신시켰다.”

그렇다면 <바이블 코드>는 립스 등이 발표한 논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인가. 드로스닌은 논문을 배경으로 쓴 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립스는 “ 드로스닌의 책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가 이끌어낸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 밝혀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바이블 코드’ 연구는 아직도 진행형이 다. 이스라엘의 수학자 로버트 J. 아우만의 지적대로 임상실험 단계에 머 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로스닌은 연구 성과를 섣부르게 적용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