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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입는 ‘상하이 패션’

(사진/상하이가 패션의 도시로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복장문화제가 열린 상하이 전람관의 전경.)

상하이가 ‘동방의 파리’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화려한 비상을 시 도하고 있다.

상하이는 한때 말 그대로 동방의 파리였다. 사회주의 중국 이전 중국과 아시아의 모든 유행은 상하이에서 시작되었다. 화려함을 좇는 여인네들과 아름다운 여인과의 낭만을 꿈꾸는 남정네들 모두에게 상하이는 설렘과 선 망의 대상이었다. 그것이 ‘사회주의 중국’에서 그 빛이 많이 바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상하이가 다시 날개짓을 시작했다. 지난 9월19일 에서 26일까지 열린 ‘97년 상하이 국제복장문화제’에서 우리는 상하이 패션계의 힘찬 날개짓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는 ‘상하이 국제복장문화제’는 그 규모와 질에서 모 두 앞의 두 행사를 크게 뛰어넘었다. 문화제에 참여한 중국쪽 기업이 8백 여개에 이르고, 프랑스·이탈리아·미국·일본 등의 저명 의류회사와 디 자이너들도 다수 참여했다. 행사의 종류도 패션쇼에서 학술발표회에 이르 기까지 상당히 다채롭고 화려하다. 국제의류박람회, 세계저명디자이너 작 품전, 고전적 이미지의 중국 저명디자이너 작품전, 국제 패션 심포지엄… . 상하이 전역에서 벌어진 행사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외국업계, 복장문화제에 대거 참가

복장문화제는 상하이 시정부가 직접 주관하며, 부시장인 장이임(張以任) 이 조직위원회 위원장이다. 상하이 시정부가 패션산업을 얼마나 중시하는 가는 조직위원회 공보실 주임인 션량(沈良)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동방의 파리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상하이의 패션산업은 깊은 역 사를 가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 패션산업은 상하이를 상징하는 산업이기 도 하다”고 자신있게 밝힌다.

상하이의 복장문화제는 단지 상하이만의 국지적인 축제가 아니라, 상하이 패션무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니나리치 등 주로 프랑스 브랜드들이 출품한 반면, 이번 문화제에는 프랑스·이탈 리아·미국 등의 저명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비교적 골고루 참여했다. 이처럼 세계 저명 의류회사와 디자이너들이 상하이를 주목하는 것은 중국 최대의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상하이의 엄청난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이들은 상하이 복장문화제를 통해 자신의 상품을 선전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샤론 스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이 너로 알려진 미국의 니콜 밀러는 이번 문화제를 통해 상하이푸장(上海服 裝)그룹과 합작 계약을 맺고 내년에 중국 최초의 전문점을 내기로 합의했 다.


싸구려는 옛말, 고급화로 승부한다

보통 상하이는 중국 패션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그만큼 상하이 패션 시장은 의류의 질과 소비의 양에서 중국 의류산업을 선도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런 상하이 패션계의 최근 동향은 한마디로 ‘고급화’다. 고품질 의 저명 브랜드 의복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화제에서 두드러진 경향 중의 하나도 고급 옷을 선호하는 고객의 구미에 맞는 고급 브랜드를 중국 자체에서 개발하고 광고하는 것이다. 중국 최대 의류 메이 커의 하나인 샨샨(杉杉)의 경우 파이어스(法涵詩·FIRS)라는 고급 여성의 류 브랜드를 처음 선보였다. 파이어스는 이번 문화제 가운데 가장 화려한 패션쇼를 펼쳤다. 이 회사의 총디자이너인 왕신웬(王新元)에게 외국 브랜 드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중국 시장은 대단히 크다 . 우리는 누구와 대결할 생각이 없다”고 여유를 부린다. 샨샨은 지난해 12억위안(약 1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올해 20억위안의 매출을 내다 보는 대형 의류회사으로 성장해 있다.

97년 상하이 국제복장문화제는 중국이 더이상 싸구려 저질 옷만을 양산하 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열린 5일간의 국제의류박람회에서 모두 8억위안(약 8백억원)의 의복과 옷감 등 이 거래되었다. 지난해에 비해 84.15%나 증가한 수치다. 상하이 고급 의 류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 가지 안타까 운 것은 ‘97 상하이 국제복장문화제’에서 한국 옷들을 구경할 수 없었 다는 점이다.

상하이=글 김성환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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