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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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변 돌멩이가 큰 일을 했어요.”
숭실대 경영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김홍란(25)씨는 요즘 뿌듯함을 느낀다. 10월10일 개교 1백주년을 맞은 학교에 그의 가족이 큰 생일선물을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평양까지 갔다왔지요. 거기에서 돌멩이를 1백t이 나 날라왔답니다.”
그의 아버지 김일록(51)씨는 연변의 천지실업 총공사 사장. 무역 일로 북 한 왕래가 빈번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씨는 이 돌을 평양 신양리 대 동강변 근처 옛 숭실대 터에서 채취했다고 한다.
여느 돌멩이와 다를 바 없는 볼품없는 ‘짱돌’들이다. 그래도 평양에서 처음 태어나 격동의 역사를 헤치며 1백돌을 맞이하는 숭실대에 그 어느 것보다 값지고 뜻있는 선물이다. 이는 지난 6월 사업차 한국에 온 그의 아버지가 어윤배 숭실대 총장과 학부형 자격으로 만나면서 이뤄질 수 있 었다. 물론 홍란씨 역시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어 총장의 제안을 아버지 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 돌멩이 채취비용은 숭실대에서 부담했지만 북한- 연길-대련-인천으로 이어지는 운송비용은 김일록씨가 모두 부담했다고 한 다.
홍란씨는 연변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97년부터 숭실대 대학원에서 마케 팅을 공부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미워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워요.”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아픈 소식을 전해왔다. 돌멩이 채취과정을 사진촬 영하다 카메라와 필름을 압수당했다는 것이다. 두만강변에서 태어나 북한 인척과도 친밀하게 지내온 터라 모든 게 갑자기 삭막하게 다가오는 느낌 이었다.
숭실대는 이 돌멩이들을 정문 한쪽 기둥에 덧붙일 계획이다. 그리고 나머 지 한쪽 기둥엔 근처 관악산 돌멩이를 덧붙인다고 한다. 남북화해의 상징 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남은 돌은 실향민 등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줄 생각도 갖고 있다.
“돌멩이만 만나면 뭐하나요. 빨리 많은 사람들이 얼싸안고 만나야죠.” 그는 ‘대동강 짱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경태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