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생명의 원천 농촌으로 갑시다

메마르고 각박한 도시를 떠나 생명의 원천인 농촌으로 돌아가자.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삶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전국귀농운동본부가 10월10 일 창립 1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귀농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처음으로 거 둔 결실을 자축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귀농본부 이병철(49) 본부장의 감 회는 그래서 남다른지 모른다.

이씨가 갖고 있는 직함은 귀농운동본부장 외에도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 ·부산 지역본부장, 생활협동조합 부회장,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기획 실장 등 10여개나 이른다. 하지만 이 많은 직함에도 커다란 줄기가 있다. 모두 농촌을 살리자는 한뜻으로 뭉친 모임들이다.

그가 농촌운동에 뛰어든 것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대학 재학중이던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고, 2년 뒤 출옥해서 가톨릭농 민회 사무국장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언젠가는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리라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란다. 그뒤로 한번의 외 도도 없이 줄곧 농촌문제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그가 부르짖는 귀농운동은 생명회복 운동이다. “농민이 병들면 땅이 병 들고, 땅이 병들면 밥이 병든다. 밥이 병들면 인간 자체가 파괴된다.” 도시의 부속적인 지위로 전락한 농촌은 농민을 병들게 하고 있고, 그에 따른 무분별한 화학비료의 사용은 땅을 병들게 하고 있다. 파괴되는 생태 계는 병든 밥상으로 보복할 것이고, 언젠가는 인간을 절멸시킬 것이다. 그래서 그는 농촌으로 돌아가 건강한 삶과 새로운 대안문명을 창출하자는 귀농운동을 ‘제2의 브나로드 운동’이라고 부른다.

귀농운동의 성과는 아직 미약하다. 귀농운동본부가 운영하는 귀농학교에 1백50여명이 거쳐갔지만 실제 귀농한 사람은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사람 들의 관심에 비해 실제 귀농인구는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 리 농촌의 현실이 척박하다는 뜻일 게다. 그럼에도 그는 이상세계에 대한 설계를 늦추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 태마을이 그가 꿈꾸는 세계다.

이용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