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돌아온 전신마비 저항운동가

연쇄 자살폭탄테러로 이스라엘을 공포에 떨게 한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하 마스(이슬람 저항운동)의 창설자이자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 신(61)이 10월6일 고향 가자지구에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지난 7개 월 동안 중단됐던 중동평화회담이 재개되는 날 이뤄진 이 극적인 사건은 중동평화의 기류에 미묘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야신의 석방은 하마스의 요르단 지부 책임자를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체포 된 ‘불패신화의 전설적인 첩보기관’ 이스라엘의 모사드(중앙공안정보기 구) 요원 2명과 교환하기 위해 석방되었다는 것부터가 아이러니다. 또 이 를 계기로 지난 7월 이후 두차례의 폭탄테러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대적인 검거선풍으로 조직와해의 위기까지 몰렸던 하마스는 야신과 함께 수감됐던 22명의 지도급 인사들마저 석방됨으로써 아연 활기 를 찾게 됐다.

12세 때 운동시합을 하다 전신마비가 된 야신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 라엘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하마스를 창설하고 지도자가 된 것은 하나의 인간승리이자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자랑스런 ‘신화’다.

48년 유대국 이스라엘이 수립되면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야신을 하마스의 길로 몰았다. 이슬람 신학에 헌신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야신은 이슬람 사회복지단체들의 협 력망을 건설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장 신망받는 이슬람 성직자로서 추앙받아왔다.

87년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점령에 항거한 인티파타(민중봉기)를 시작하면서 야신은 독립은 극단의 투쟁으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 로 추종자들을 이끌고 하마스를 조직했다. 하마스는 인티파타의 선봉이 됐고, 89년 야신이 이스라엘병사 납치 살해를 지시한 혐의로 체포돼 3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동안에도 아라파트의 자치정부에 맞설 만한 경쟁 세력으로 급성장했다.

수감생활 중 야신은 극단주의적 입장을 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유인 으로 돌아온 야신이 하마스의 추종자들을 어느 길로 이끌고 나갈지 주목 된다.

류재훈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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