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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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되면서 많은 사 람들이 쇠고기 먹기를 두려워 한다. 작년에는 일본에서 만명 가까운 환자 가 발생해 사망한 사람까지 있다니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우리나 라에서도 O-157 식중독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 때가 된 것같다.
식중독이란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생기는 병이다. 식중독은 음식 안에 들어 있는 균이 몸에 들어가 병을 일으키는 것과 음식이 상할 때 발생한 독이 우리 몸에 들어가 병을 일으키는 크게 두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 다. O-157 식중독은 대장균의 일종인 O-157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서 생기 는 병이다. 이 균의 좀더 정확한 명칭은 O-157:H7 병원성 대장균인데 O-1 57의 O는 영어 대문자로 ‘O’이다.
우리 몸에 이로운 다른 대장균과는 달리 O-157 대장균은 병을 일으킨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쇠고기이지만 O-157 대장균에 오염된 어떤 음식을 먹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상한 햄버거를 먹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으며, 이 균에 오염된 수영장 물을 먹은 사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O-157 대장균은 다른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들과는 달리 아주 소량 의 균만 몸에 들어와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O-157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하루에서 일주일간의 잠복기를 거 쳐 병에 걸리는데 보통은 3∼4일이 지나서 병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배가 경련을 일으키듯 아프면서 피가 섞인 설사를 하고 열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장염에 걸릴 때와 마찬가지로 심하면 탈수가 되기도 하고 더 심한 경우 용혈성 요독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한 어른이 걸리 면 1주일 정도 고생하다가 대개 회복이 되고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하 지만 아이들이나 노약자는 O-157 식중독에 걸리면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O-157 대장균이 발견되면 소아과 의사들은 고민스럽다.
그럼 속수무책으로 식중독을 두려워만 하는가? 다행히도 O-157 대장균은 열에 약하고 70도 이상에서는 단 몇 분만 익혀도 모두 죽는다. 집에서 몇 가지만 주의하면 O-157 대장균도 그리 걱정할 게 없는 것이다. 요즈음 같 은 때는 소의 생간이나 육회, 천엽 등을 날 것으로 먹지 말고 고기는 충 분히 익혀 먹어야 하는데, 특히 두꺼운 고기는 중심까지 잘 익혀서 먹어 야 한다. 물도 끓여서 먹고 모든 음식은 잘 씻어 먹는 것이 좋다. 요리할 때도 먼저 손을 잘 씻은 다음, 도마나 그릇같은 주방 기구에 날 것이 뭍 어 있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철저히 소독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 다. 생고기를 만진 손으로 그대로 다른 음식을 집어서는 곤란하다.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균이 죽는 것은 아니고 다만 증식이 억제될 뿐이기 때문에 냉장고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생고기와 다른 음식을 같이 보관하면 냉장고 속에서도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생고기를 불에 얹을 때는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흔히 하듯이 생고기를 불에 얹을 때 사용한 젓가락으로 다시 구운 고기 를 집어먹는 데 사용하면 위험할 수가 있다. 물론 O-157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된 고기를 집을 때 이야기다. 특히 주의할 곳은 학교와 같은 집단 급 식을 하는 곳이다. 평소보다 청결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식단을 조정하 며, 덜익힌 고기가 급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O-157 대장균에 의 한 식중독이 돈다면 오염된 분변들이 손을 통해서 병을 전염시킬 수도 있 으니 손발을 잘 씻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외식도 피하고 수영할 때 는 물을 먹지 않게 주의한다.
O-157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은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걸리고 싶 어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O-157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은 다른 종 류의 병들과 구분할 특징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는 진단을 붙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피가 섞인 혈변을 보거나 배가 아픈 따 위의 장염 증상이 보이면 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것이 좋다. 용혈 성 요독증후군까지 생기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는데 조기에 진단을 해 치 료하면 대개의 경우는 회복이 된다. 요즘같이 O-157 대장균이 검출된 때 는 장염에 걸린 것 같다고 해서 항생제나 지사제를 함부로 먹으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상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쇠고기 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맛에서 좀 손해보더라도 잘 익혀 먹는 게 현명할 것이다.
하정훈/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