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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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주기상대는 사상 최대 기상이변의 원인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전형적인 가을날씨로 피해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제주도 동·서지역이 서로 다른 기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 선 지난 8월3일 동부지역 구좌·성산쪽에 내린 집중호우는 국지성 호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구좌지역에는 아주 약한 기압골의 꼬리만 걸쳐 있었으며, 상층에서 보면 아주 평범한 기압배치였다는 게 제 주기상대쪽의 설명이다. 아무리 국지적인 호우일지라도 3백mm가 넘는 강 수량을 퍼부을 만한 기상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좌읍이 산 간지대도 아니고 평지였기 때문에 한라산의 지형적 원인 때문이라고 분석 하기도 힘들다. 제주기상대쪽도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제주기 상대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 제주도 안에서 이렇게 단시간 내에 집중호우 가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한가위 연휴에 동부지역을 덮친 ‘올리와’ 태풍은 우리나라 9월 태풍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9월 태풍은 해수온도가 가장 높 은 7, 8월에 적도일대에서 형성된 것으로 파괴력이 제일 강하다. 또 태풍 은 핵의 진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지역에는 비를 뿌리지만, 왼쪽지역에는 강풍만 동반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왼쪽에 두고 포물선을 그리며 일본 쪽으로 향하게 되는 9월 태풍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파괴력 있는 강 풍만 휘몰아치고는 비를 뿌리지는 않는 것이다. 이번 올리와도 이런 9월 태풍의 전형으로, 비를 동반하지 않아 제주도에 염분피해만 입힌 셈이다. 또 이번 염분피해는 지난 59년 9월17일 우리나라에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9월 태풍’ ‘사라호’ 이후 처음이다.
서부지역에 나타나고 있는 가뭄은 올해 들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너무 빨리 약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6월 말께 우리나라를 거쳐 만주까지 올라간 장마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서 8 월 하순께는 다시 우리나라로 내려오며 비를 내린다. 농작물이 발아·생 장하는 시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일찌감치 약화돼 20여일이나 이른 8월 초께 장마전선이 우리나라 를 지나가버린 것이다. 제주기상대는 ‘엘니뇨’ 현상 때문이 아니겠냐며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제주도의 경우 비를 동반한 남동풍 이 한라산을 넘어가면서 동쪽지역에 모두 비를 뿌리고, 서쪽지역에 이르 렀을 때는 건조한 바람만 남게 된다.
문제는 제주도 서부지역의 가뭄이 해갈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동아시아에 걸쳐 있는 고기압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10월 날씨가 전 반적으로 건조하고 맑은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보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서부지역 농민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