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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농사 끝장인가

올해 제주도 감귤재배농가는 기상이변이라는 악재 외에도 지난 7월 수입 개방된 외국산 오렌지와 또 한번 맞서 싸워야 한다. 감귤에 대한 대체효 과가 예상되는 수입오렌지의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수입오렌지의 여파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10월 초부터 출하되는 극 조생 노지 감귤(밭에서 키운 감귤)의 경우 밭뙈기 수집상인들이 관(4kg) 당 2천∼3천원을 부르고 있다. 이는 감귤시세가 높았던 지난해 5천원의 절반가격밖에 안 되고, 4천원에 거래되던 예년의 평균시세에도 훨씬 못미 치는 것이다.

일반조생이나 만생종 감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벌써 거래 가 끝났을 시기인데 지금은 찾는 상인조차 없다. 수입오렌지의 양과 제주 도 감귤의 생산량이 맞물려 시장가격이 어느 정도로 형성될지 모르기 때 문에 상인들도 선뜻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농민들의 불안 도 비례한다. 안덕면 서광리 고길성(43)씨는 “이미 감귤 수확에 들어갔 는데도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몰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그렇지만 관당 2천원선에서 거래된다면 절대로 팔 수가 없다. 그정도 가격이면 생 산비조차 건지기 힘들다”고 잘라 말한다.

오렌지주스의 수입개방도 제주 감귤 생산농가에는 또하나의 악재다. 음료 업체들은 그동안 오렌지 농축액 수입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상품이 될 수 없는 가공용 감귤을 의무적으로 수매해 왔다. 하지만 7월부터는 아무런 제한없이 오렌지 농축액을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음료업체들이 수입산 농 축액보다 2∼3배 비싼 가공용 감귤을 구태여 수매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 다. 하급품 감귤의 판로가 막혀버린 감귤 농가들로서는 이제 처리방법도 골치가 아프다. 더구나 올해는 가뭄으로 크기가 규격에 미달되는 가공용 이 쏟아질 전망이어서 판매와 처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감귤농가들은 이중삼중으로 고단하다.

이용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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