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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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기쁨조!”
임윤정(27)씨는 매주 기쁨조가 된다. 농담이 아니다. 그건 분명히 회사가 정한 시책의 하나다. 그는 매주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작은 정성들을 펼 친다. 그 이름도 진짜 ‘기쁨조’다. 그럼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임씨가 다니는 직장은 다물기획. 시스템 다이어리를 만드는 작은 회사다. 직원이 16명밖에 안 되는지라 분위기도 가족적이다. 그런데 지난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아침 회의시간에 사장이 이런 제안을 하는 거였다. “우 리 매주 한명씩 한사람을 정해, 그 사람을 집중적으로 기쁘게 해주는 건 어떨까?” 결과는 만장일치의 찬성. 매주마다 ‘∼를 위한 기쁨조 주간’ 을 선정하기로 했다. 물론 강제성은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고는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선정기준도 정했다. 매주 월요일, 그주에 가장 고생할 것 같은 사람을 고 르기로 한 것이다. 거래처 납품건으로 골치를 썩이던 9월 둘째주, 드디어 그도 ‘기쁨을 당하는(?)’ 주인공이 됐다. ‘임윤정을 위한 기쁨조’ 주 간이 선포된 것이다. “환상적이었어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싱글 벙글 입이 벌어져요.” 거래선을 돌고 오후 늦게 들어왔더니 동료들이 달 라붙었다. “힘들었지?” 그 한마디와 함께 저마다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었다. 옆자리 동료는 냉커피를 타왔다. 그게 날마다 되풀이됐다 .
그뿐 아니었다. 차장은 12월 결혼예정인 임씨의 애인까지 불러 탕수육과 짜장면을 사주었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라며 효자손을 사다준 선배도 있었 다.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는 동료들의 물음은 귀찮을 지경이었다 . 결정적으로 감동을 준 건 세명의 선배와 동료가 보내준 편지. 영업사원 인 임씨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는 위로의 내용이었다. 괜히 코끝이 찡해 질 정도였다.
임씨 역시 기쁨을 베풀기 위해 노력했다. 창고를 정리하는 동료의 일손을 거들어주기도 했고 얼음냉수를 날라주기도 했다. 꼬마들이 있는 선배들에 겐 야광별과 크레파스 따위를 선물했다.
“평소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너무 좋아요. 사실 선물은 둘째 문제지요. 얼마나 동료애가 싹트는 줄 아세요? 먹을 게 생기 면 모두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맘이 절로 들어요.” 그는 다른 직장에도 기쁨조가 확산됐으면 좋겠단다. 나아가 사회 곳곳에서 기쁨조가 판친다면 얼마나 신날까 하는 상상에 빠져들기도 한다.
고경태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16일 제 1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