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쑥덕공론

색깔시비 첫 희생양 이석현

국민회의 이석현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이 결국 눈물을 흘리며 당을 떠났 다.

이 의원은 ‘해외용 명함’에 ‘한국’이라는 국호와 함께 괄호안에 ‘남 조선’이라는 글자를 표기한 것과 관련해 당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 난 8월29일 자진 탈당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회와 교훈 과 함께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아픔을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한 뒤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던 민주화운동 당시를 회상하다 눈물을 떨어뜨 려 기자실을 숙연케 했다.

이 의원의 이른바 ‘남조선 병기 명함’ 파문은 오익제 월북사건을 둘러 싼 여야의 색깔론 공방 속에서 신한국당 이사철 대변인이 지난 8월20일 “‘남조선’이란 말은 북한 요원이나 친북단체들만 사용하는 것”이라며 마치 대한민국이란 국체를 부정한 양 몰아치면서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 해 국민회의는 처음엔 미국 등 영어권에서도 ‘KOREA’라고 하면 ‘SOUTH KOREA’냐 ‘NORTH KOREA’라고 되묻고, 중국 등 한자권 국가에서는 지금 도 여전히 일반인들 사이에 ‘남조선’과 ‘북조선’이 통용되고 있는 상 황이라며 이 의원 매도에 맞섰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들이 출당을 요구 하는 사설을 싣고 경기 만안 보궐선거를 앞두고 우익단체들이 항의집회 등을 계획하자 대선을 앞두고 색깔론시비로 번질 것을 우려한 국민회의쪽 이 이 의원을 출당시키기로 물러섰다.

국민회의 재야출신 의원들은 이에 대해 “아직도 색깔론과 매카시즘이 활 개치고 있느냐”며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젊은 정치인이 공안검사출신 대변인의 매카시즘 공격과 보수언론, 우익단체들의 터무니없는 용공음해 로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며 개탄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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