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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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은 51년 아일랜드 웨스포드에서 벌어진 사냥파티에서 싹이 텄 다. 당시 참석자들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가 무엇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어떤 책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54년 역시 같은 논 쟁이 벌어졌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마침 런던에서 흑맥주를 생산하는 기네스 양조회사의 경영이사인 휴 비버는 이런 논쟁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55년 8월27일 1 백98쪽에 이르는 <기네스북> 첫호를 냈다. 사람을 시켜 세계 각국을 돌며 최고의 기록들을 집대성한 것이다.
<기네스북>은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에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였다. 영국에서의 성공은 곧 세 계로 퍼졌다. 영어판 <기네스북>은 현재 40여개국에서 37개 외국어 판본 으로 출간되고 있다. 외국어 판본에는 출판되는 나라의 국내기록이 포함 되어 있다. 이들 판본의 총 판매량은 84년 5천만부였고, 94년엔 7천5백만 부를 기록했다. 21세기 초엔 1억만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서는 몹시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7년 결성된 한국기네스협회가 이 일을 주관한다. 우선 자신의 기록을 증명하는 사진이나 비디오테이프를 제출하면 대학교 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40여명의 심의위원회에서 엄격한 사실확인을 거 친다. 심사위원들은 제출된 기록의 진실 여부를 비롯해 기존 기록과의 엄 밀한 대조를 통해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때에 따라선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록의 등재 여부를 결 정하면 세계기록과 한국기록으로 나눠 영국기네스협회에 통보한다. 심사 에는 통상 한달이 걸린다.
현재 <기네스북>에는 한국 관련 세계기록이 30여개 올라 있다. 88 서울올 림픽이 참가국이 가장 많았던 올림픽으로, 태권도는 한 국가가 한 종목에 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스포츠로 올라 있다. 다라니경은 세계 최고의 목 판인쇄물로 등재돼 있다. <기네스북> 초기에는 대부분의 기록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한국기네스협회에서 10건을 신청하면 대부분 퇴짜를 맞을 정도로 텃세가 심했다. <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은 세 계 최고를 차지하는 명예이기 때문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