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영화

<할렐루야>

늘 그랬듯 이번 여름도 할리우드 잔치였다. 공룡과 외계인이 재빠르게 우 리나라 극장을 강타한 뒤안엔 영상전쟁의 상흔만이 자욱하다. 그럼에도 잡초처럼 살아남은 우리 영화를 볼 때면 무척이나 반갑다. 그렇다. 여름 에 태어난 한국영화는 잡초였다. 스크린쿼터를 동전한닢(쿼터:25센트)처 럼 여기는 극장주들, 메이드인 코리아라면 무조건 고개를 돌리는 일부 관 객의 편견 속에서도 꾸준히 솟아오르려는 모습은 박찬호의 쾌투만큼 반갑 다. 늦더위에 이런 잡초 한 포기가 극장가에서 피어나고 있다.

박중훈과 신승수 감독이 손잡고 만든 영화 <할렐루야>. 박중훈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이고, 신승수는 <가슴달린 남자> <아찌아빠>등으로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표 감독.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교회를 무대로 전 개된다. 한 불량배가 돈을 목적으로 목사 행세를 하는 시나리오는, <시스 터액트>를 연상시키지만 일단은 참신하다. 이런 새로움은 잡초가 뿌리내 리는 자양분 구실을 한다. 하지만 <할렐루야>는 꽃이 되지 못하고 그냥 잡초로 만족한 듯 보인다. 발상의 참신함을 뒷받침해 줄 서사구조는 간 데 없다. 스펙터클이란 이름으로 동원한 1천여명의 엑스트라 대다수가 찬 송가 부를 때 멀뚱멀뚱거리는 모습은 애교스럽다 하더라도, 흔들리는 카 메라와 어설픈 편집은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런 단점들 속에서 감독의 히든카드는 있었다. 너무 속 보였지만.

‘스타시스템’ 비료를 계속 뿌리는 것이다. 박중훈, 이경영 스타표 외에 이휘재, 박철 등이 카메오란 미명으로 쉴새없이 등장한다. 깜짝출연을 비 판할 의도는 없지만, <별은 내 가슴에서>의 박철, <인생극장>의 이휘재 이미지를 그대로 도용한 의도가 순수하게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세속화된 교회에 신랄한 풍자라도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감독은 1천만이 넘는 기독교 관객과 억지스런 타협을 한다. 따라서 신성모독을 하던 양덕건(박중훈)이 어설픈 회개를 한다. 물론 마지막에 <할렐루야>가 잘만 된다면, 속편-아마도 <나무아미타불> 정도 되지 않을까?-도 가능하 다는 장면으로 끝을 맺지만.

결국 <할렐루야>가 던지는 계시는 간단하다. “신이시여! 한국영화의 현 실에 대해 말씀해주소서.” 하나님 왈, “작품, 비평, 흥행 그중에 제일 은 흥행이니라.” 하지만 잊지 말기를. 잡초가 아닌 꽃을 원하는 한국 영화관객들이 많다는 것을.

김의수/ 영화평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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