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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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 사면이 결자해지?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급기야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씨가 추석 전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야권의 대통령 후보인 김대중씨도 조건없는 사면을 거들고 나섰다. 이제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두 전 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결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사면문제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함부로 사면권을 남발할 소지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먼저 국민 대다 수의 광범위한 동의가 뒤따라야 하며, 무엇보다 사면의 합리적 타당성이 충분히 마련된 다음에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요즘 일고 있는 사면논의는 다분히 정치적 냄새가 짙고, 대통령 혼자서 판단· 결정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지금의 형량을 선고받고 복역하기까지 는 대통령의 결단이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 나 대통령이 결단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그것을 대통령 혼자만 의 업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 대통령은 처음에 ‘역사에 맡기자’ 운운했고 검찰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해괴한 법적 판단을 내 리기도 했다. 결국 국민들의 불길 같은 저항에 백기를 든 대통령의 선택 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선 전 사면은 보수세력과 영남권 표를 의식한 대선 대비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사면은 없다고 하나 이것 역시 조금만 들춰보면 그 허구성을 읽을 수 있다. 대선 전이냐 후냐는 전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이다. 사면이 기정사실이라면 대선 전과 후의 한두달 차이는 그들이 선고 받은 형량에 비춰봤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 대선용이라는 인상을 지우려 한다면 사면논의는 다시 부쳐져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논의는 누구의 말처럼 결자해지 원칙에 따라 전적 으로 그들을 단죄한 국민들이 풀어야 할 몫이다. 거기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지고 전·노 두 사람의 반성과 사죄가 뒷받침되었을 때 대 통령은 여론을 바탕으로 사면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 복역중인 양심수들이 온존하는 현실에서 살육에 대해 반성은커녕 정당한 일로 여기 는 사람들을 사면하려는 것은 허구일 뿐이다.
김연기/ 인천시 부평구 심정2동 493-49
국민이 ‘국민후보’ 뽑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텔레비전 토론회가 한창이다. 92년 대선에서 후보들이 수천만원씩의 출연료를 내고 텔레비전 유세를 했던 것 을 행각할 때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텔레비전 토론회 가 후보자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보수 적인 정당의 정책이 별다른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민노총과 전국연합에서 추진하는 ‘국민후보’ 운동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21세기를 앞두고 한국사회의 향방을 결정하는 과정에 진보적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적인 국민후보 운동 이 썰렁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국민후보’를 자처하는 해괴 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민후보’라는 명예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민중적 정서를 대변 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후보’가 각계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밀실 에서 담합하는 인상을 지우고 반드시 경선을 치러야 한다. 경선 과정은 민주주의의 훈련기간이 될 수 있다. 기성정치판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 는 정책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를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드는 것도 ‘국민 후보’의 몫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기성정치권의 자정능력을 의심하며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그런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이는 절차가 바로 국민 후보의 경선이다. 국민의 관심 밖에서 이루어지는 국민후보 선거 절차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진보세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 이다. 민노총과 전국연합 등은 우리 사회에 진보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음 을 대대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절차를 제대로 밟으며 국민 후보를 선출하는 데서부터 선거혁명은 시작될 것이다.
유지훈/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1가 벽산아파트 103-1204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