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세상보기

영원한 왕세자비로 남다

“다이애나는 세계의 친구이며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은 1천년간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입니다.”(벨기에 콘서트 취소를 발표하며, 마이클 잭슨) “파리에서의 교통사고는 고통받는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지속적이고도 헌신적인 목소리를 빼앗아갔습니다.”(다이애나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운동을 높이 평가하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다이애나비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지뢰가 얼마나 흉악한 범죄인지를 깨 닫게 됐습니다”(대인지뢰 철폐운동에 앞장선 다이애나를 기리며, 아프가 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 지뢰제거반원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한 다이애나를 위해 나와 모든 수녀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더 테레사 수녀)

“세계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왕세자비를 잃었습니다”(숨진 도디 알 파 예드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 파예드)

“다이애나를 죽인 것은 신문입니다.”(다이애나와 관련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태도를 비판하며, 다이애나의 동생)

“그녀는 따뜻하고 관대하며 생명력이 충만한 우리 시대의 젊은 여인이었 습니다”(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우리는 아름답고 따뜻하며, 동정심 많았던 다이애나의 죽음을 한 사람 의 친구로서 애도할 것입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지난 8월31일 파리 시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앞 으로 수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다이애나를 기리는 것은 이런 명사 들의 말만이 아니었다. 이날 16년 전 그가 결혼식을 올린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는 2천명의 시민이 모여 그를 추모했다. 또 좀더 많은 자치 를 부여받기 위한 주민투표 유세를 하던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지방에선 이 날만은 유세활동마저도 중단했다. 런던의 거리엔 조기를 내건 집들도 눈 에 띄었고, 은 정규방송을 중단함으로써 그에게 예를 갖췄다. 전세계의 이런 찬사는 지난 81년 유치원 보모에서 하루아침에 영국의 왕 세자비가 된 한 ‘신데렐라’에게 던져진 것이 아니다. 그 찬사는 오히려 첫 임신중 “난 왕실의 후손을 낳기 위해 결혼한 게 아니다”며 당당히 영국 왕실의 권위에 맞서왔던 한 여성을 향한 것이다. 또 그 찬사는 아프 리카 어린이 구호운동이나 대인지뢰 철폐운동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 ‘ 인간 다이애나’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이애나는 지난해 찰스 왕세자와 이혼했음에도, 영국인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 속에 ‘왕세 자비’로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 시대의 젊은 연인’ 다이애나여 안녕!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