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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일본의 ‘자동차 신화’

(사진/일본의 자동차회사는 다품종소량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생산설비를 완비하더라도 20여만대를 출고할 뿐이다.)

일본의 적정 자동차업체 수는 몇 개일까?

일본 재계에서는 지금 지난 96년 4월 미츠오카 자동차의 참여로 10개로 늘어난 일본 자동차업체 수가 과연 2000년대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생산국인 미국도 ‘빅3(포드 ·크라이슬러·제너럴모터스)체제’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10개’는 너 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2000년대에 몇 개의 자동차회사가 남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특히 성공요 건으로 거론되던 ‘일본식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업계의 약진 원인은 한마디로 “품질좋은 다양한 차를 값싸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재고를 일소하는 간판(저스트 인 타임)방식, 다품종소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다능공에 의한 유연생산방식 등은 일본 자동차 생산의 효율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일본식 방식’이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불황으로 신차 투자액 감당 어려워

먼저 재고를 없애는 도요타의 간판방식은 결국 하청업체를 착취한 것에 불과하다. 도요타 공장 내에서 없어진 재고는 대신 하청업체의 창고로 거 처를 바꾸었을 뿐이다. 실제로 도요타의 공장 앞에는 하청업체의 부품을 실은 트럭들로 항상 붐빈다. 도요타가 요구하는 바로 그 시간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다품종소량생산 방식도 문제다. 일본 거리에는 똑같은 차를 찾는 것이 힘 들 정도로 다양한 모델의 승용차가 굴러다니고 있고, 이것이 일본 자동차 의 성공비결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최적 생산규모는 부위에 따라 다르므 로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신형 모델 투자액의 60%는 금형 비용이 차지한다. 그리고 하나의 금형에서는 무려 2백만개에 가까운 동일한 부품 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차종당 20만대의 생산에 그치는 현재의 다품 종소량생산은 엄청난 낭비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제조현장의 효율성 이 높았을 때는 이러한 문제가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적 으로 생산성이 비슷한 지금은 다품종소량생산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자동차업계의 우려는 지난 96년 5월 일본의 5번째 자동차생산 업체인 마츠다가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하고 포드로 들어가면서 증폭됐다. 마츠다는 거품경제기에 모든 종류의 차종을 생산하는 전략을 세우고 생산 능력을 80만대 규모에서 일거에 1백50만대까지 확대했다가 거품경제가 끝 나자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경영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마츠다는 또 북미 에서는 스포츠카 생산을 중지하고, 1천cc 미만의 경자동차 시장에서도 철 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츠다의 경영재건 노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영자원의 집중이다. 소형 차에서 대형차에 이르는 전 차종에 걸쳐 다양한 모델을 제공하는 일본 자 동차업체의 특기를 버리고 승산이 있는 차종만을 골라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절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츠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또다른 자동차업체인 이스즈도 승용차 모델들을 혼다의 OEM으로 바꾸면서 승용차시장에서 물러 났다. 승산이 있는 경자동차와 트럭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번째 자동차업체 미츠오카의 활약은 돋보이는 것이다. 기성제품인 승용차의 외관을 바꾸는 개조차 회사로 출발한 미츠오카는 지 난 93년에는 영국의 왕년의 명 스포츠카 로터스 세븐을 모델로 한 2인승 오픈카 제로원을 제조 판매했다. 2백95만엔의 초고가 차라는 점에서 반응 이 어떠할지 관심거리였다. 놀랍게도 발매 한달 만에 연간 생산대수 99대 를 넘는 2백대의 주문이 있었다. 이후 미츠오카는 제로원을 개량해 승무 원의 안전을 강화한 신형제로원을 개발해 대망의 자동차메이커로 떠올랐 다. 또 미츠오카는 닛산의 승용차를 기반으로 1950년대 풍의 개조차 갈류 (가격 3백만엔, 월간 40대), 1940년대의 포뮬러 원(F1)을 모방한 스포츠 카 제로원 클래식 타입을 발표하는 등 모델 수를 늘려갔다. 96년 11월 미 츠오카는 복고풍의 신형자동차 레이를 발표하고 시판에 들어가면서 연간 매출액 2백50억엔의 대기업으로 진입했다.


복고형 신차 특수… 국내 업계도 고민해야

이런 미츠오카의 성공비결로 꼽히는 것은 미츠오카의 차에는 현재의 양산 차에는 없는 수공업제품의 매력과 복고풍 상품이 지니는 기품과 향수가 있다는 점이다. 미츠오카는 중소기업도 가치있는 상품의 개발을 통해 성 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고민은 이후 한국 자동차업계의 진로가 어떠해 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본에 비해 규모가 5분의 1 정 도인 한국의 자동차업계는 2000년대에도 안전할까. 모든 회사가 전차종 완성차 생산방식만을 고집한다면 한국 자동차업계의 장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는 미츠오카가 현재 ‘한국형 자동차생산방식’에 던지는 문제제 기와 함께 답이기도 하다.

도쿄=김지룡/게이오대학 경영학 박사과정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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