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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리포트


공해에 파리가 찌든다

지난 8월21일 8프랑(1천2백원)하던 파리시의 전철·버스요금이 갑자기 반 값인 4프랑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가격파괴 차원이 아니다. 반공해 특 별조치로 나온 산물이다. 파리·스트라스부르시 등 대도시의 대기오염도 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공해경보 2단계의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부랴부랴 비상조처에 들어간 것이다. 파리시 공공교통요금 인하조처도 자 가용 교통량을 줄이고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임시조처의 하 나다.

이 조처는 공산당 출신의 교통부 장관 장 클로드 게소의 제안을 파리시 버스·지하철공사(RATP)쪽이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따라서 파리시 교통 요금은 현재와 같이 공해경보 2단계 수준이 유지되면 계속 반값요금이 적 용된다. 이와 함께 교통경찰 당국도 공해차량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이러 한 긴급조처에 대해 RATP 노조는 일시적인 조처가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일시적인 차량단속이나 요금인하가 아니라 중장기 적으로 공공교통수단을 절대적으로 강화하고 공공교통부문에서 대규모 고 용을 이뤄 고용문제과 공해문제를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 한편 파리 시청은 장 티베리 시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정책공약대로 자 전거 전용노선 설치를 계속 확대하는 등 환경 및 교통정책에 일조하고 있 다.

공해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도미니크 부와네 장관은 지난 8월 말 열린 국무 회의에 맞춰 대도시 공해문제 개선을 위한 몇가지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배기가스공해의 주범으로 알려진 디젤유의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부와네 장관은 “공기를 가장 오염시키는 디젤유가 가장 값이 싼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두번째로는 도심지 내 자가용 차량을 제 한하고 공공교통수단을 장려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운전자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것은 세번째 제안으로 자동차 모터의 힘, 속도를 근본적으로 제 한하려는 계획이다. “제한속도는 시속 1백30km인데 자동차 생산업자들이 시속 1백80km짜리 차를 만드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부와네 장관이 어떤 후속 조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환경장관의 정책안에 우선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은 쪽은 디젤유가 주종인 트럭 차량의 운전수나 자가용 운전자들이다. 과중한 세금으로 이미 유럽 에서 기름값이 제일 비싼 데 또 기름값 인상이냐며 반발하는 것이다. 하 지만 시민들은 그래도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공공교통수단이라는 데 이의 가 없는 듯하다. 최근 프랑스 전문 여론조사기관 소프레스의 한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의 89%가 공해·교통문제의 대안을 대중교통수단으로 꼽 고 있다.

정부는 현재보다 더 오염도가 심해져 공해경보 3단계에 이르면 도심지내 자가용 진입을 아예 제한한다는 ‘혁명적인’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교통부와 환경부가 합동으로 벌이고 있는 배기가스와의 전쟁의 끝이 과연 이런 ‘혁명’에까지 이를지 주목된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한겨레21


미국 담배업계 기로에 섰다

“왜 미국 담배업계는 잇따라 ‘자살골’을 넣는 것일까.”

지난 8월 말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제프리 바이블 회장이 “담배가 발암물질로 판명되면 담배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등 ‘자충수’ 로 보이는 발언을 한 진의에 대해 미국 내에서 말들이 많다.

바이블 회장은 또 “담배는 10만명의 미국인을 죽였을 수도 있다”고 증 언했고, 제2위 담배 제조업체 레이놀즈의 스티븐 골드스톤 회장은 “나는 늘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고 믿어왔다”고 밝혔다. 골드스톤 회장은 한걸 음 더 나아가 “담배에 한번 중독되면 담배를 피울지 말지 정상적으로 선 택할 능력을 잃게 된다”고까지 말했다. 이들 발언은 담배회사들을 상대 로 손해배상 소송을 맡고 있는 플로리다 주정부의 변호사 론 모틀리에게 한 사전 심리 증언에서 나온 것이다. 왜 이들은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세계 담배 제조업체를 놓고 벌어지는 복잡한 정치싸움의 얼개가 있다. 이 싸움에는 담배회사의 로비스트 단체뿐 아니라, 보건-인권단체, 미 의회, 백악관, 주정부, 사법부가 모두 얽혀 있다.

담배제조업체들은 미 의회, 특히 공화당에 막대한 기부금을 제공해왔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2백만달러를 내놓았다. 이 정도의 기부금은 수십 억달러에 이르는 소송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담배회사들은 현재 40개의 주정부나 시정부에 의해 고소돼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회장 들의 발언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석은 업계쪽이 “의회가 자기편에 서 준 다면, 몇가지 양보를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 온 협상안 중 핵심적인 것은 업계쪽이 지방정부에 앞으로 25년 동안 3천6 백80억달러의 보건보조금을 내놓고 소송취하를 따내기로 한 것이다.

담배회사들은 현재 이를 굳히기 위해 하원 담배특위 위원들을 상대로 ‘ 막판작전’을 벌이고 있다. 보건보조금안에 대해 인권단체 내에서 “너무 약하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폐협회·미국암협회로 대 표되는 강경파는 의회를 상대로 강경안을 갖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담배업체들이 최소한 8천억달러는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 다.

이 과정에서 업체쪽에 결정타를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담배 제조업체들 의 내부 담합자료가 유출된 것이다. 69쪽에 이르는 이들 문서는 노골적이 다. 한 예로 레이놀즈사의 소송대책 문서는, “원고쪽이 흡연 때문에 건 강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면, 흡연은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경고문을 보고도 흡연자 자신이 선택한 것이므로 업체는 책임이 없다고 배심원들을 설득하라”고 권고한다.

이에 따라 담배업계에 마지막 남은 것은 정면돌파뿐이다. 업계쪽은 9월중 열리는 의회에 승부를 걸었다. 아직 공화당 주도의 의회는 업계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3천6백80억달러를 내서 각종 소송 취하만 확실하게 따낸 다면 말로 지는 것쯤이야 하겠다는 배짱이다. 솔직한 정면승부로 잘만하 면 여론을 환기시켜 업계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 실제로 몇몇 의원들은 업계쪽의 솔직한 시인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한쪽에서는 담배업계의 솔직한 발언은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럭 비공과 같다며, 이런 담배업계의 전략이 성공할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 고 있다.

보스턴=윤성주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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