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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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으로서 도가 지나쳤던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신한국당이나 이 회창 대표쪽에 사과할 마음은 결코 없습니다.”
지난 8월25일 문화방송 라디오FM <정오의 희망곡> 생방송 도중 이회창 신 한국당 대표에 대한 비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방송진행자 허수경(30) 씨는 “할 말을 했을 뿐”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사건 뒤 그에게는 “속이 후련하다” “너무 지나쳤다” 등 두가지 반응 이 쏟아졌다. 그는 두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겠지만, 발언을 단순한 ‘화 풀이’ 정도로 보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씨와 이 대표쪽과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이 대표의 대통령후보 당선 축하연이 있을 때에 도 그 근방에서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했다가 2시간 동안 길을 헤맨 경험 이 있다.
“당시 무전기와 빨간봉을 든 경찰, 수행원들이 도로 곳곳에 서서 행인들 을 마치 죄인 취급하더라구요. 도로 곳곳을 뚜렷한 이유없이 통제하는 그 들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왜 높으신 분들은 움직일 때마다 서민들 에게 피해를 주는 거죠? 누구보다 약자와 서민들을 위해야 할 사람이 바 로 그들 아닌가요?”
허씨는 이런 피해가 비단 자신에게 국한된 일은 아닐 거라고 했다. 때문 에 이번 발언은 “모든 ‘힘없는’ 애청자가 공감하는 보편타당한 설움을 대변한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발언 이후 문화방송으로부터 주 의 조처를 받은 그는 “앞으로 어떤 제재가 추가되더라도 달게 받겠다” 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의 최대 피해자인 문화방송쪽과 기분이 상했을 애청자 여러분께 어쨌든 죄송하다”면서 “서민들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권위적 행태가 없어지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허씨는 이번 사건으로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인 그는 그동안 방송매체에 의해 전혀 다 르게 포장된 자신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다. 이번에 어학연수를 떠 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맞춰 이미지 변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한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돌아올 때는 서 민층으로부터 사랑받는, 활기차고 당당한 방송인으로 거듭나 있을 것”이 라고 말했다.
허씨는 문화방송과의 계약대로 지난달까지 <정오의…> 진행을 마친 뒤 지 난 9월1일 미국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김종태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