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건강만세/소아과

밤중 수유 끊을 수 있다.

밤에 우유를 먹는 아이들이 있다. 낮에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아무리 줘도 안 먹다가 밤만 되면 먹겠다고 울어댄다. 어린 아기들이 우는 소리는 그 런대로 참고 견딜만 하지만 돌이 지난 아이들이 밤에 우유 달라고 울면 온 동네가 떠나간다. “아기가 어제 밤에 많이 울던데 어디 아픈가요”라 는 옆집 아줌마의 인삿말이 왠지 신경 쓰인다. 우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 속 밤에 먹겠다고 울면 아기도 힘들고 엄마도 괴롭다.

신생아들은 배가 작아서 몇시간만 지나도 배고파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하루 종일 먹어야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을 달라고 운다. 그러 나 나이가 들면서 한번에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되면 서서히 먹는 간격도 길어진다. 밤낮없이 자고 먹던 아기가 3~4개월쯤 되면 밤낮을 구분하게 되고, 이때쯤 되면 먹는 것을 한번쯤 걸러도 별 문제가 없다. 의사들이 “아기가 3~4개월쯤 됐으니 이제 밤에 우유먹는 것을 끊는 게 좋다”라 고 이야기 하면, “선생님이 한번 해보세요. 그게 맘대로 되나요”라고 항변하는 엄마들이 많다. 사실 그게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육아책에는 수많은 육아 상식들이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육아책을 보지만 육아책대로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곧 알게 마 련이다. 육아책에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적혀 있다. 아이들은 붕어빵 기계 로 찍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아이는 좀 빠르기도 하고 어떤 아이 는 좀 느리기도 하다. 하지만 미리 공부를 해서 때가 되면 시작할 것은 시작해야 하고 끊을 것은 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기들은 과거에 안주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발달의 한단계 한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부모 와 투쟁을 벌인다. 육아책에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빠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마 아빠가 아기를 키울 때 쏟아야 하는 노력과 겪어야 하 는 고생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 밤중에 우유를 계속 먹이면 큰일 나는가? 당장 큰일 날 것은 없다. 여러분이 새벽 2시에 일어나 식사 한번 더 한다고 누가 뭐라겠는가? 하지 만 그게 정상은 아니다. 잠잘 때는 자야 한다. 아이들은 깊이 잠들었을 때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는데 먹으려고 자꾸 깨면 깊이 잠들기 힘들어 진다. 또 밤에 깨는 아기가 혼자서 먹을 것을 준비해서 먹을 리가 없다. 엄마도 하룻밤에 몇번을 깨야 한다. 아이가 아침까지 안 깨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아이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밤에 먹는 아이 가 컵으로 먹을 리도 없다. 밤에 자면서 우윳병을 오래 빨면 충치가 잘 생긴다. 밤중 수유(受乳)는 언젠가는 중지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때가 바로 3~4개월부터이다. 그러나 아기의 입장에서는 먹던 걸 빼앗기는 판 인데 쉬울 리가 없다. 부모가 노력해야 밤중 수유를 끊을 수 있다.

밤중 수유를 중지하기 위해서는 아기가 밤에 깰 때 우유를 먹여서 재우겠 다는 생각을 조금씩 버리고 그냥 토닥거려서 재우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 요하다. 운다고 바로 불을 켜서 아기를 깨우지 말고 처음에는 10~20분 정도 두고 보는 것이 좋다. 서서히 밤에 먹이는 양을 줄여 가고 나중에는 물로 바꾸어 먹이다가 서서히 물도 끊는다. 4개월이 지나서도 계속 밤에 먹이면 아기들의 식사시간이 밤으로 고정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생문 이 훤해진다. 엄마는 아이가 밤에 자꾸 깨서 어쩔 수없다고 불평하지만, 아이는 밤에 자고 싶은데 배가 고파서 울게 된다. 아이가 너무 보채고 힘 들어하면 먹이는 수밖에 없다. 무리를 해서는 안되지만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하정훈/소아과 전문의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9월11일 제 174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