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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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지난 91년 대우자동차판매의 주식을 노동자들에 게 사도록 권유하면서 “3년 동안 매년 10%씩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 다”고 공언했다가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우자판은 93년에 10%를 배당한 뒤 그동안 전혀 배당을 못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이 약속이행을 계 속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활용한 무기는 그동안 대주주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지분. 소액주주권을 활용해 대응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대우그룹 노조협의회 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모아들이 기 시작했다. 1주일 만에 2백50만주, 전체주식의 12.5%가 모였다.
대우 노동자, 전체 주식의 12.5% 모아
회사쪽은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상장을 위해 조금만 더 참아달 라”며 “대신 계열사의 재정으로 주식소유지분의 30%까지 무이자대출을 해주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했다. 주주총회에서도 발언권을 전혀 주지 않 았다. 노조는 아직 회사쪽의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10% 가 넘는 지분은 언제라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을 만한 양이어서 회사쪽의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사주조합운동이 소액주주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회사의 주식지분을 바탕으로 회사 경 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려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코버 리트 캠페인’이라고도 불리는 우리사주조합운동은 외국의 경우에도 소액 주주운동 가운데 가장 먼저 형성된 흐름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 인 소액주주운동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정공 울산공장 노동조합은 지난 6월, 회사쪽이 변속기사업부문(노동 자 7백명)을 계열사로 이전시키려는 계획에 반발해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주식모으기에 나섰다. 회사쪽은 “현대자동차 상용차 공장이 전주로 이전 해 물류비용을 줄일 필요성이 있고, 손익구조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 기 위해 현재 10만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확충하려면 부지여건상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지만 노조로서는 조합원들의 신분상의 불이익을 막 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노조의 이같은 계획은 물론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이 미 상당수의 주식을 팔아버린 상태여서, 조합원들이 가진 주식은 전체의 1%에도 못미치는 20여만주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것만으로는 겨우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을 뿐이었고, 회사쪽이 주총소집 요구를 무 시해버려도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과가 전혀 없 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압력행사를 통해 노조는 회사쪽과의 단협에서 “ 원하지 않는 사람은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신현석 조 사통계부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음 노조를 위해 그동안 회사쪽에 일방적으로 맡겨두었던 우리사주조합의 정관 개정안이라도 만들어놓을 계 획”이라고 말한다.
현대정공의 경험에서 보듯 우리사주조합운동은 아직 그 기반이 척박하다. 대부분의 우리사주조합에서 조합원들의 지분이 많음에도 회사쪽이 일방적 으로 조합장을 임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조합장 선출’성공한 데이콤 노조
데이콤 노조는 지난해 2월 그동안 회사쪽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던 우리사 주조합장을 대의원 선출방식으로 바꾸고, 노조위원장을 우리사주조합장으 로 선출하는 데 성공해 돌파구를 뚫었다. 김진호 정책실장은 “아직 별다 른 성과를 거둔 것은 없지만, 노조원 지분이 전체의 2.8%에 이르는 만큼 경영감시의 기본적 여건은 갖췄다”고 말한다.
지난 5월 한외종금 우리사주조합은 처음으로 소액주주의 제안권을 행사하 는 성과를 거뒀다. 최대주주인 외환은행(32.7%)이 번번이 은행출신 인사 들을 임원으로 앉히는 데 대해 반발해 한외종금 출신 3명을 임원으로 임 명하라고 요구한 결과, 회사쪽이 우리사주조합이 낸 제안을 수용해 장한 기씨를 상무로 선임한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하반기부터 우리사주조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유선 정책국장은 “지금까지 노동자 들은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면서 회사 쪽은 경영문제와 관련해 노조쪽이 무슨 요구를 하든, 무조권 경영인사권 침해라며 협상 자체를 거절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사주조합을 활용해 적극적인 권리찾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남구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