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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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찰은 지난 6월 대기업들을 협박해 수억달러의 돈을 가로챈 총회꾼 들에 대해 일제수사를 벌여 총회꾼 가운데 하나인 고이케 류이치와, 그에 게 돈을 건네준 사카마키 히데오 전 노무라증권 사장, 오쿠다 다타시 다 이이치강쿄은행 전 회장을 포함한 11명의 임원을 체포하거나 구속했다. 검찰은 또 고이케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야마이치증권 등 다른 회 사에 대해서도 강제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총회꾼 파문 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 기업의 임원들은 주주총회 때 불만에 찬 투자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총회꾼들을 고용해왔다. 당시 기업들은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기보다는 기업의 금융자금 분야에 재투자하려는 과정 에서,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총회꾼을 동원했다. 총회꾼은 소 액주주들을 기업 경영진 편으로 만드는 한편, 주총에서 임원들에게 곤혹 스런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위협을 가했다.
그러나 총회꾼들은 폭력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갔다. 80년대 들어 증시가 활황기에 접어들자, 고베의 야마구치와 도쿄의 이나가와, 수미요시 등 3 명이 이끄는 야쿠자 집단은 기업을 상대로 한 공갈·갈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땅값이 2배 이상 치솟고 증시도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은행들 도 폭력집단과 연계된 건설회사에 앞다퉈 자금을 빌려 줬다. 몇몇 은행들 은 심지어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노른자위 땅을 팔려고 하지 않는 땅주인 을 협박하기 위해 폭력단원을 고용하기도 했다.
90년대에 들어 거품 경제가 시들해지면서 총회꾼들은 기업에 대한 협박과 공갈을 더욱 노골화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증시 하락에 따른 손실을 폭력집단과의 비밀 거래를 통해 보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동안 투 자자들의 불만을 폭력으로 무마하기 위해 유지해온 폭력집단과의 관계가 밝혀지면 자신들의 평판에 큰 오점을 남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속 수무책으로 당했다. 최근 <아사히신문>의 조사 결과 45대 대기업 중 70% 가 ‘야쿠자’와 연계된 소카이야로부터 어떤 요구나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총회꾼의 횡포를 막기 위해 뒤늦게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일본 최대의 법률회사 모리 소고는 1백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총회꾼 처리법 을 광고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고, 총회꾼을 막는 방법을 다룬 비디오 테이프도 불티나게 팔린다. 대기업들은 공갈단의 주총방해를 막기 위해 지난 6월27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었다. 정부도 만일의 사태를 봉쇄하기 위해 1만명의 경찰을 배치시켰다.
하시모토 정부는 내년에 법을 개정해 기업공갈단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총회꾼 근절책은 야쿠자와 연계된 이들 이 대항하고 나설 경우, 자칫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일고 있 다.
일본 대장성은 지난 7월30일 노무라증권에 대해 8월6일부터 모든 지점에 서 주식 거래업무를 1주일간 정지시키고 주식의 자기매매업무는 연말까지 정지하도록 징계하는 한편, 다이이치은행에 대해 국내에서의 신규융자를 연말까지 정지하고 지점 등 국내외 영업거점 신설을 1년간 인정하지 않도 록 하는 등 사상 최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소액투자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던 일본 기업들이 오늘날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 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