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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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하는 가공할 파괴력의 레이저 빔(광선) 무기가 등장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화상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성공 시킨 초정밀 우주항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21세기형 신병기’ 레이저 무 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 육군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레이저 광선으로 파괴시키는 실 험을 구상중이다. 이 실험은 겉으로는 우주쓰레기를 손쉽게 처치하는 방 안처럼 보이지만, 실험의 진짜 목적은 우주무기로 고에너지 레이저 빔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아마도 기존의 전쟁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탄알 대 탄알의 대결’이라는 전투개념은 더이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포퓰러 사이언스> 최근호는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추 진한 전략방위 계획(스타워스 계획) 이후 미국이 조심스레 추진해온 레이 저 무기 개발현황과 주요 레이저 무기체계를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미군과 미국 항공사들이 개발 실험 또는 구상중인 레이저 무기는 크 게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비행기’, ‘인공위성 파괴용 지상 레이저’, 그리고 우주공간을 비행하며 레이저 빔을 날리는 ‘우주 전투기’ 3가지 로 나뉜다.
【레이저 빔을 장착한 비행기(ABL)】
에어본 레이저(Airborne Laser;ABL), 즉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비행기 ’는 2명의 조종사와 4명의 승무원이 레이저 무기를 통제하는 비행기로 구상되고 있다. 미 공군은 ABL의 비행실험을 내년 4월부터 시작해 오는 2 002년에는 전술유도탄을 요격하는 실험단계까지 갈 계획이다. ABL은 2008 년께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ABL은 초정밀 적외선 렌즈로 360도 전방위를 관측하며 목표물을 추적해 전술 유도 미사일을 요 격하고 크루즈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을 격추시킨다. 그리고 아군의 정 찰기를 공대공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적진을 깊숙이 관찰할 수 있 도록 설계된다. 고도는 4만피트 이상이며 공중급유가 가능하다. 레이저는 비행기 앞부분의 뭉툭한 코 부분에서 발사된다. 한대의 ABL은 적어도 20 발의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다. 비행기 한대당 비용은 60억달러 미만이지 만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레이저 한발당 비용은 불과 2만5천달러. 가공할 파괴력에 비하면 ‘전쟁전문가’들에게는 귀가 번쩍 트일 정도로 싼 값이 다. 이같은 ABL이 예정대로 개발된다면 고에너지 레이저를 군사적으로 이 용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중적외선 레이저 무기】
우주궤도를 돌고 있는 적성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라! 만약 이런 명령이 떨어지면 주저없이 날아가 박살낼 수 있는 것이 화학적 레이저를 발전시 킨 ‘중적외선 레이저 무기’(MIRACL)다. 전문가들은 MIRACL을 가장 강력 한 레이저 무기로 친다.
MIRACL은 궤도 비행중인 인공위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통신교란 및 적의 활동을 감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350도로 회전하며 정확히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는 5.1인치 포탑에 레이저 광선 조종기를 장착하고 있다. 광 선 조종기는 목표물을 정확히 파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오래도록 목표물 을 겨냥하는데, 그 시간도 불과 몇초에 불과하다. MIRACL은 이미 실험을 통해 여러 대의 무인비행기와 미사일을 격추시킨 바 있다. 지난해 2월 이 레이저 시스팀은 미국 뉴멕시코 사막의 화이트샌드 미사일실험지역에서 이스라엘과의 공동실험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팀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체계를 대체할 유력한 미사일방어 시스 템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운반-이동용 시스템도 내년에 실험에 들어간다.
【우주 전투기】
미 공군이 우주공간을 성조기로 가득 채울 신병기를 구상하고 있다. 미 공군은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전투기처럼 강력한 레이저 빔을 장착하고 지 구 대기권 밖을 비행하다 돌아와 한 시간 안에 재이륙할 수 있는 우주전 투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우주전투기는 유인일 수도 있고 무인비행기일 수도 있다. 인공위성을 발 사하거나, 적의 장·단거리 미사일을 격추시킬 뿐 아니라 적의 동태를 감 시하는 기능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계획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이미 이런 우주비행기를 겨냥한 엔진을 개발한 것 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엔진은 보통 우주선 엔진의 절반 정도의 크기에 무 게는 3분의 2, 제작비용은 비슷한 엔진의 7분의 1 정도로 “B-1 폭격기보 다 작고 내구성이 강한 비행체”라는 기술적 목표에 부합해 가고 있다. 미 공군의 ‘신세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입안된 21세기 미 국방 장비계획에는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우주비행기가 포함돼 있으며, 2030년 에는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우주비행중대를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우주비행기는 일단 개발되고 나면 전세계의 군사적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이때 우주와 하늘, 그리고 지상에 대한 군사적 지배권은 빠르고 강력한 미사일이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레이저 무기가 있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주 레이저 무기개발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의 <포퓰러 사이언스> 조차도 과연 미국이 독점적으로 우주에 레이저 무기 기지를 갖게 되는 것 을 세계가 좌시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1972년에 체결된 반유도미사일 협 정은 우주에서의 레이저 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레이저 무기 개발과 배치를 계속 추진한다면 이는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정확히 원하는 날짜, 원 하는 장소에 안착시킨 미국이 이 대야망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
마치 영화 <스타워즈>가 전세계 대중들의 우주로 향한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는 동안 같은 이름의 스타워스계획 아래 아주 조용히 레이저 무기 개발 에 박차를 가했던 것처럼, 패스파인더가 보여준 화려한 우주쇼의 뒤에서 미국은 진짜 루크 스카이워커(<스타워즈>의 주인공)가 성조기를 단 우주 전투기를 몰고 지구를 선회하는 시대를 착실히 준비해온 것같다.
이인우 기자 사진 포퓰러 사이언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