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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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기에게 보행기를 태워주는 부모가 많다. 아기의 백일 선물에도 보 행기가 인기품목으로 등장해 미리 입을 맞추지 않았다가는 보행기 몇대를 한꺼번에 선물받기도 한다. 너무나 흔히 사용하는 것이 보행기지만 어떻 게 쓰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선 잘 모르는 부모가 많다. 보행기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자.
보행기는 아기가 걷는 것을 도와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부모들이 아기를 빨리 걷게 할 생각으로 보행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부모의 기대와 는 달리 보행기를 태운다고 아기가 빨리 걷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아기들이 보행기 없어서 못 걸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보행기 는 아기의 행동반경을 넓혀 넘치는 호기심을 엄마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 로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엄마의 일손을 덜 수 있다는 장 점도 있다. 그렇게 빽빽 울던 아기도 보행기만 태우면 펄쩍펄쩍 뛰면서 혼자서 논다. 아기를 한시간만 안아본 부모라면 이게 얼마나 편한지 알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욕심 이 과한 부모들은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아기들을 보행기에 태워서 아기 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행기를 밀고 다닌다. 처음 높이 그대로 계속 태 워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리는 아기도 있다. 불평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 손을 덜 수 있으니 하루 종일 보행기에 태우기도 하고 어떤 아기는 걸을 수 있는데 보행기에 갇히기도 한다. 하지만 보행기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 이 좋은가를 묻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보행기에 대해선 의사의 생각과 부모의 생각에 차이가 좀 있다. 보행기를 사용할 때는 주의할 것이 있다. 보행기는 구조상 앉아서 타는 것이므로 아기가 혼자 힘으로 허리를 가누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돼야 사용 할 수 있다. 보통 6개월이 되면 앉을 수 있지만 아기들이 다 똑같이 크는 것은 아니다. 발달이 빠른 아기는 5개월에도 허리를 가누고 앉을 수 있는 데, 이런 아기는 5개월에도 보행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늦은 아기 는 7개월에도 혼자 힘으로 앉아 있기 불안한데 그러면 보행기 사용을 늦 춰야 한다. 허리를 못 가누는 아기를 보행기에 태우면 한쪽으로 기울어져 타게 되어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허리를 가누더라도 오래 못 앉아 있지 못하면 잠시만 사용해야 한다. 아기가 자라면 보행기 높이 도 따라서 조절해 주어야 한다. 너무 낮아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면 다리 발육에 좋을 것이 없다. 보행기를 너무 오래 태워서는 안 된다. 아기가 힘들어하거나 몸이 기울어지거나 졸려 하면 바로 보행기에서 내려 주어야 한다. 혼자서 온방을 빙빙 돌면서 잘 논다고 내버려두면 엄마의 사랑이 부족해질 위험도 있다. 아기가 안짱다리가 될까 고민하는 부모가 많은데 하루 한시간 정도 태워서는 별 문제가 없다. 보행기는 보행을 보조하는 기구다. 걸음마 하는 아가를 보면 초기에는 뒤뚱거리며 엄마 손을 잡다가 익숙해지면 잡아 주는 것을 싫어한다. 때가 되면 혼자서 걷고 싶어하는데 아기의 이런 자발성은 매우 중요하다. 보행기도 아기가 자신의 힘으로 걸 으려 하고 보행기 밖으로 나가려고 바둥거리면 그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행기를 사용하면 아기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기어다닐 때의 속도만 생 각하고 잠깐 아기에게서 눈을 떼면 아기는 엄마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일을 저지른다. 또 보행기를 사용하는 아기는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번개같이 움직여 현관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보행기를 사용 하는 아기는 손이 닿는 높이가 갑자기 높아진다. 전에는 눈으로 볼 수밖 에 없던, 높은 데 있는 많은 신기한 것들을 만질 수 있게 되어 식탁 위의 국그릇을 뒤집어쓰는 아기도 있다. 보행기 사용 초기에는 부모도 익숙지 않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모든 의사들이 보행기 사용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아기들 이 보행기를 꼭 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허리를 제대로 가누고 앉을 수 있는 아기가 적당히 보행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기에게 새로운 경 험이 될 것이다.
허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