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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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차이나타운을 지나면 곧바로 ‘샤베츠 래빈 ’이라는 길이 나온다. 왕복 2차선의 굽이진 이 길을 따라오르다 보면 왼 쪽 아래로 고층건물의 숲이 내려다 보이고, 곧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 나타난다.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 구단의 전용구장이다. 서울이라면 남 산쯤에 자리잡은 이 야구장은 이따금 잠실야구장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 킨다. 매표소 곳곳에서 낯익은 한국말이 터져나오고, 한인들의 행렬이 꼬 리를 문다.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의 풍경이다.
박찬호가 코리아타운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그가 출장하는 날이면 코리 아타운은 한적하기조차 하다. 술집은 일찌감치 문을 닫고, 주택가 골프연 습장은 아예 파리를 날린다고 한다. 대신 한인들은 텔레비전 앞과 야구장 에 모여 “애국청년 박찬호”을 연호하며 함성을 지른다. 코리아타운의 청소년들에게 박찬호의 사진이 박힌 열쇠고리, 등번호(61)가 새겨진 야구 공과 모자는 미키마우스의 인기를 능가한다. 특히 등번호에 PARK이라는 성이 새겨진 1백75달러짜리 유니폼은 주문한 지 2∼3주가 지나야 손에 넣 을 수 있을 정도다.
거액의 모델료에 연봉 1백만달러 가능
박찬호의 인기는 한인들 사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최대의 장난감업체 인 토이저러스는 박찬호 인형까지 만들어 판다.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49명만을 선정해 인형을 만들어 팔고 있는데, 여기에 박찬호가 낀 것이다 . 게다가 그의 올 시즌 관중동원 규모는 평균 4만3천여명. 다저스 홈경기 평균 3만9천명을 크게 웃돈다. 다저스 구단에서 박찬호를 “골드 보이”( Gold Boy)라 부르는 게 결코 공치사가 아니다.
박찬호의 이런 성공은 당연히 돈으로 이어진다. 박찬호는 4년 전 미국에 진출하면서 “메이저리거로 1백억원은 벌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 금 그는 그보다 열배가 넘는 1천억원 가까운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과 광고 수익이 8천만∼9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박찬호가 10승대 투수로 10년 이상 장수한다는 가상에서다. 박찬호는 이 미 지난 96년부터 99년까지 4년간 36억원에 나이키사와 계약을 맺었고, 국내 상품으로는 지난 2월부터 1년간 2억원에 게토레이 모델로 나서고 있 다. 최근에는 동양제과, 삼보컴퓨터 등과도 모델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 진다. 그의 광고출연료는 편당 7억∼9억원을 호가한다. 가히 한국스포츠 사상 최고의 스타다.
박찬호에 대한 구단의 대접도 달라질 전망이다. 박찬호가 다저스와 올 시 즌 맺은 연봉계약은 27만달러, 우리돈으로 2억4천여만원에 불과하다. 메 이저리그 선수의 평균 연봉이 1백37만달러(11억원)인 것에 비추면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싼값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적어도 1백만달러(9억원) 는 받을지 모른다. 실제 박찬호와 함께 다저스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일 본의 노모 히데오는 3년간 4백20만달러를 벌었다. 연간 1백40만달러에 이 르는 액수다. 8월15일 현재 11승을 올린 박찬호로서는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선동열의 성공도 박찬호 못지 않다.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의 인기는
얼마 전 구원불패의 신화가 깨진 뒤에도 사그라들 줄 모른다. 사람들 사
이에선 그의 ‘V 포즈’가 화제고,
선동열도 내년엔 더 많은 돈을 만지게 될 전망이다. 그는 8월16일 현재 3
1세이브(1구원승 1구원패)로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세이브 랭킹 7위
에 올라 있다. 이미 일본 프로야구 사상 가장 빠르게 30세이브 고지에 올
랐고, 남은 경기에서 40세이브 고지를 넘보고 있다. 30세이브포인트를 올
렸을 때 구단으로부터 3천만엔(2억4천만원)의 보너스를 받았고 시즌이 끝
나면 보너스 최고액인 5천만엔(4억원)까지 받을지 모른다. 여기에 선동열
이 지금의 추세를 유지한다면 재계약 때 몸값이 껑충 뛰어오를 게 틀림없
다. 일본 프로야구 최대 연봉상승폭이 100%인 걸 감안하더라도 최고 2억
엔(16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 선동열은 지난 95년 주니치로 옮기면서 2
년간 총 3억엔(24억원)을 연봉과 보너스로 받았다.
유강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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