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주의 독자/작곡가 김광희씨

"진정한 팬이 한 사람만 있어도..."

출근은 없다. 퇴근도 없다.

그에겐 집이 사무실이고 사무실이 집이다.

대중가요 작곡가 김광희(25)씨. 피아노, 악보, 컴퓨터, 오디오, 그리고 그의 머리까지 모든 게 갖춰져 있으니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 밤새 작업 에 몰두했다가 동이 트면 골아떨어지는 생활의 연속이다. 그래도 외출은 필요하다. 반찬거리를 사러 가기도 하고, 한 주일에 한번쯤은 녹음실에도 들러야 한다. 그럴 때면 그는 가판대를 찾는다. 불규칙한 <한겨레21>과의 만남이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한겨레>를 알게 됐지요. 그뒤 엔 시사주간지도 <한겨레21>만 고집합니다.”

그의 집엔 가수도 함께 살고 있다. 하나뿐인 동생, 김원희(21)씨다. <이 젠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랑> 등으로 조금 알려진 발라드 가수다. 그가 요 즘 하는 일도 다름아닌 동생의 앨범작업. 고3 때인 95년 첫 앨범을 낸 이 후 두번째로 내는 것이다. 9월 발매예정이라 지금이 가장 정신없을 때다. 작곡은 물론 작사까지 온전히 형의 몫이다.

작곡을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중3 때부터였으니 벌써 10년이다. 그땐 습작으로 끄적거린 것들을 기타를 치며 녹음해 친구들에게 돌리곤 했다. 친구들과 그룹사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동생 역시 어릴 적부터 재능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둘 다 아버지에게 ‘끼’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젊은 시절 음악다방의 유명한 DJ셨거든요.” 아버지는 음반제작을 맡아줄 정도로 아들형제의 전폭적 지원자이기도 하다.

곡이 막힐 때면, 그는 새벽거리로 나선다. 차를 몰고 신림동 서울대 정문 앞 로터리 한가운데 차를 대놓는다. 그리고 밤이 샐 때까지 사색과 명상 에 빠진다. ‘느낌’을 구하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사회를 꼬집는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 과 부딪칠 일이 없는 저에겐 꼭 필요한 간접체험이지요. 특히 그림마당은 풍자의 힌트를 줍니다.” 그는 정치기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한겨레21> 앞쪽은 재미있는데 뒤로 갈수록 시들하다고 한다. 예술가답게 부드러운 기사를 좋아할 것 같은데 좀 의외다.

그는 대단히 ‘현실참여적’이기도 하다. 92년 총선 땐 존경하는 한 후보 를 제발로 찾아가 자원봉사를 한 적도 있다. 요즘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서울 동작구 상도2동 15통1반 반장을 맡고 있다. “사실 주위에서 말리더군요. 젊은 나이에 남세스럽다구요.” 그러나 그는 개의 치 않는다. 오히려 반장이 된 뒤 동네에 쓰레기 떨어져 있는 꼴은 절대 못본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래도 가장 큰 관심사는 동생의 앨범작업이다.“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 하는 걱정에 잠이 잘 안 온다.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땐 유학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망은 없을 거란다. ‘자신의 음악적 느낌을 알아 주는 팬이 이 지구상에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배고파도 행복하기 때 문이다.

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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