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독자주장


‘행복한 결합’에 공감한다

<논단>을 통해 우리시대 활동가의 존재조건의 문제를 연이어 제기했던 서 준식씨와 임영일 교수의 글을 관심있게 읽었다. 80년대 운동을 학출활동 가의 대거 현장투신과 85년 구로동맹파업 이후 현장으로부터의 이탈로 해 석할 수 있다면, 90년대 운동은 이 층위 자체의 급속한 소멸이라고 규정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운동이나 진보적 사회진출이라는 이름으로 민주 와 변혁의 폭과 깊이를 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한 편에서는 이론과 현장의 긴장을 지탱해주던 개인과 조직들이 사회운동의 재생산 위기를 운운할 정도로 왜소해졌던 것이다.

운동의 잠재적 기간요원들이 고시와 언론사 입사의 출혈경쟁에 매몰되는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임영일 교수가 ‘지적재생산’과 함께 ‘경제적 재생산’ 문제를 지적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 그러나 이 문제 가 산별노조 건설로 해결될 수만은 없다. 예컨대 노동운동 언저리의 몇몇 연구기관(영남노동운동연구소는 이의 대표적 경우일 것이다)과 연구자들 이라면 산별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전임자기금과 파업기금 확보 도 쉽지 않은 사정이고 보면, 이는 아주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지원 이상으로 근본적인 것은 학자와 운동가가 서로 만나고 넘나 들 수 있는 틀과 흐름을 적극적으로 재건하는 일이다. 사실 서구에서 그 러한 틀의 전형적인 역사적 사례는 정당과 노동자교육기관이었다. 대학에 몸을 담고 있지 않으면서도 항상 운동가와 접촉하며 이론작업을 할 수 있 었던 E.P. 톰슨이나 페리 앤더슨이 그랬고, 프랑스 철학자들도 적어도 공 산당의 존재로 닫혀 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활동가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 하는 것을 ‘현장투신론’에서 본다면, 그것은 활동가이고자 하는 이들 스스로가 ‘현장’의 형태와 ‘투신’의 양태를 새롭게 일궈내는 문제, 그리하여 유기적 지식인의 새로운 층위를 창출하는 문제이다. 그런 의미 에서 임영일 교수가 제기한 사회운동의 ‘리엔지니어링’은 학자와 운동 가의 행복한 결합이자 동시에 개인적 조건과 전체 운동적 당위의 결합의 계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우/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140-155


이 시대의 지성은 없는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최근의 학생운동권에 대한 마녀사냥을 보 며 나는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인지 의심이 든다.

문민정부라는 껍데기를 쓰고 온갖 비리, 부정을 저지르다 못해 세계 인권 단체에서도 지적한 안기부법을 개악하는 등 반민주적 악행을 펼치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이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더욱더 앞날이 캄캄하다고 생각한다. 비 이성적인 탄압에 대해서 언론과 대학 당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히려 정권에 동조하여 보호해야 할 학생들을 잡아넣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 들은 현재의 탄압에 대해 상식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방관만 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이 백주 대낮에 경찰의 군홧발 아래 짓이겨져 교수들 이 보는 데서 잡혀가는데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한다. “한총련은 싹쓸어 버려야 한다”는 논리가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옛날의 빨갱이 사 냥과 같다.

사회의 이른바 지성인들이라고 불리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현재 우 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이 정당한 것인지를 말이다. 만약 그 렇지 않다면 민주주의 국가라고 배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학생으로서 말 하고 싶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대학이 더이상의 사상적 자유의 옹호자가 될 수 없고 지성이 파시즘에 의 해 통제된다면, 우리는 그 옛날의 히틀러라는 미치광이에게 혼을 팔아먹 은 독일 지성인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나는 부실투성이 온갖 부정과 협잡 모리배가 판치는 경제대국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사회정의가 올바 로 서고 그것이 계층, 계급을 떠나 바르게 집행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싶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민에게 묻는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입니까.”

조성완/ 나우누리 jc0318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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