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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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순 시장의 잠식을 막고 이인제 지사를 붙들어야 하는
신한국당은 이회창 대 DJ의 양자 대결로 몰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신한국당 “당근과 채찍을 함께 든다”
‘병역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이회창 대표는 잇따른 돌출악재에 골머리 를 앓고 있다. 심지어 '낙마론'까지 힘을 얻고있는 상황은 그의 자존심마 저 심각하게 흔들어놓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조 시장의 출마에 대해 당은 “ 모든 정치행위를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조 시장 결정에 대해 시비를 걸 입장에 있지 않다”고 의연한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의 움직 임에 대해서도 이 대표 측근들은 “명분이 없으니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위기탈출의 비책을 찾아” 팔방으로 뛰고 있 는 것이다. 조 시장의 출마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큰 타격을 입을 것 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대표의 지지표가 심각하게 잠식당할 뿐 아 니라 조 시장과 2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밀려나자 내심 크게 당황하고 있 는 것이다. 더욱이 당 안팎에서 “이 대표로는 힘든 게 아니냐”는 회의 론이 확산되면서 경선의 족쇄에 얽매 있던 이 지사를 비롯한 경선탈락자 들이 선거에 뛰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보이고 있 다.
따라서 신한국당은 이 대표와 이미지가 중첩되는 ‘조 시장 바람’을 잠 재우고 이 지사의 독자출마를 막기 위해 내놓은 묘책이 대선구도를 가능 한 이 대표와 김대중 총재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 조 시장이 끼어들 여지 를 없앤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조 시장 흠집내기도 계획하고 있다. 먼 저 14일 발족한 대선기획단 차원에서 조 시장 재직 당시 업무 전반을 검 토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드러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능력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킬 방침이다. 또 조 시장의 출마를 “30년만에 어렵게 부 활시킨 지방자치제가 뿌리도 내리기 전에 개인의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거나 “서울시민의 바람을 짓밟는 이기적 행위”로 몰 아붙이고 있다.
물론 당 안에서는 조 시장을 너무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거품이 빠지고 나면 조 시장을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대표쪽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지사가 뛰쳐나오는 상황이다. 아직 뛰쳐나올 만한 명분은 찾지 못했지만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이 계속 될 경우 독자출마를 강행할 수도 있고 이것은 곧 여권의 핵분열과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쓸 것 ”이라고 말했다. 설득과 견제를 통해 독자출마 명분을 철저히 봉쇄한다 는 것이다. 먼저 이 지사가 18일 제출한 당권과 대권 분리 등 당 개혁안 을 일부 수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쪽은 “당장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수용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곧 이 지사와 만나 그가 요구한 개혁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이 가운데 원내총 무와 시도지사 경선, 전당대회 대의원 증원 등을 수용한 뒤 협조를 요청 할 방침이다. 이 지사에게 서울 시장을 비롯해 당내 지분을 확실히 보장 해 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양보에도 불구하고 독자출마를 강행하면 ‘채찍’을 쓰는 방 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채찍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대표의 한 측근은 “팔장끼고 볼 수만은 없다. 이 지 사의 뒤를 조사하는 방법도 있고…”라고 여운을 남겼다. 실제 여권 일각 에서는 이 지사의 도정과 관련한 당차원의 광범한 내사가 끝났다는 이야 기가 들린다.
그러나 결국 이 지사와 조 시장을 잠재울 수 있는 핵심은 이 대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데 신한국당은 공감하고 있다. 한 측근 은 “국민들이 3김씨와 다른 새로운 상품으로 인식했던 이 대표에게 ‘그 것도 별볼일 없구나’라는 실망감을 느낀 게 조 시장의 선전과 이 지사의 독자 행보 명분”이라며 결국 “신뢰 회복만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 다. 이 대표쪽은 민생현안을 쫓아다니며 현정국을 정책대결 쪽으로 몰아 가 신뢰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아방문도 이런 맥락이다. 당 관계자들은 “앞으로 경부고속철도, 중소기업 및 농촌문제, 장애인 문제 등에 대한 대안 제시와 정력적인 현장을 방문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한 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지난 87년 대선을 앞두고 나온 6·29선언 같이 김 대통령을 밟고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묘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국민회의 “조순은 가리고 이인제는 키운다”
사진: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되고 있는 국민회의. 거품이 걷히면 조순 시장이 감표요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응책을 준비중이다.
‘김대중 대 이회창’이라는 여야 맞대결로 대선구도를 몰아가려던 국민 회의는 조순이라는 돌출변수를 맞아 손익계산이 한창이다. 막후 설득에도 불구하고 조 시장이 출마를 결행하자 배신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당 분위기는 이 대표의 표를 더 잠식한다는 여론 조사결과에 그나마 안도 하는 분위기다. 아예 김 총재가 부동의 선두를 지키고 신한국당 이 대표 와 조 시장의 2위 싸움이 전개되자 서둘러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 시장 출마를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원내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병역논란에 휩싸인 이 대 표에 실망한 지식인과 젊은층이 급격히 조 시장에게 몰리면서 이 대표를 잠식하고 있지만 거품이 빠지면 원상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신중 한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이 경우 조 시장의 존재가 야권분열의 상징으 로 비쳐지면서 야권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실현하려는 당 전략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더욱이 조 시장이 ‘3김 청산론’에 불을 지 피며 젊은층과 지식인을 공략하고, 여기에 ‘경제대통령론’까지 세를 얻 으면 만만찮은 감표 요인이 된다는 우려다.
국민회의는 조 시장의 이런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민 련과의 후보단일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둘러 야권 단일후보 김 총재와 여권의 이 대표 사이의 대결구도를 정착시켜 조 시장이 끼어들 여지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흠집내기’도 병행된다. 공격의 초점은 조 시장의 인간적 배 신과 무책임성. 이미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국민회의의 전폭적인 지 원에 힘업어 시장에 당선돼 놓고 은혜를 값지는 못할망정 대항마로 나서 는 것은 선비의 도리가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남은 임기 동안 정당에 가입하지 않겠다”며 95년 민주당을 탈당한 조 시장이 다시 민주당에 입당한 것은 개인적 야심을 위한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더욱이 초대 민선 시장으로 서울시정을 내팽개친 것은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사욕을 위해 서울시민의 배반 하는 것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이런 공세를 통해 조 시장 인기의 거품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권교체 방해론도 준비하고 있다. 조 시장이 계속 버티는 것 은 야권표 분산으로 여권에 어부지리를 가져다준다는 논리다. 지난 총선 에서 민주당을 무력화시킨 ‘여당의 2중대론’의 연장선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조 시장이 출마해서 정권교체가 안 된다면 헌정사에 기 록될 것”이라며 조 시장에게 야권분열의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박 홍엽 부대변인이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국민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라며 “국민 대다수는 결코 이런 무책임한 선택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공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조 시장도 연대세력이 될 수 있는 만큼 달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친 DJ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비하고 적어도 여권에는 못붙게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재와 대권후보를 내 준 상황에서 국민회의는 조 시장을 설득할 ‘당근’이 없다는 게 고민이 다.
조 시장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와는 달리 이인제 지사의 움직임에 대해서 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직자들은 “이 지사가 나서기만 하면 승리는 확 실하다”며 “(출마하라고)들쑤시고 다닐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은 다. 이 지사 출마는 박찬종,이한동 고문 등 다른 경선탈락자들의 독자출 마로 이어질 것이고 이런 다자간 대결 구도에서는 고정표가 확실한 김 총 재가 가장 유리하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런 인식에 기반해 최근 당 안팎 에서는 이른바 ‘다자필승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인제 지사가 세 대교체의 돌풍을 몰고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이미 경선 패배로 명분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그 정도 파괴력은 갖지 못하리라고 확신 하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조순은 끌어내리고 이인제는 부추기겠다 는 것이다.
자민련 초상집. 그러나 위기는 또다른 기회
조순 시장 출마로 ‘1이 2김’의 대권구도를 그려왔던 김종필 총재가 단 번에 지지율 6∼7%대의 군소후보로 전락한 자민련은 한마디로 초상집 분 위기다. “조 시장 무시 차원에서 논평을 내지 않겠다”고 애써 태연해 하거나 “여론조사결과와 현실엔 차이가 있고 다자간 구도에서 승산이 있 는 만큼 독자출마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내부를 추스리고 있지 만 패색이 완연하다. 한 당직자는 “대안없이 상황을 엔조이 하려는 세력 들만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앉아서 몰락할 수는 없는 법. 자민련은 주전에서는 몰려났어도 캐 스팅보트는 아직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대 선의 향배를 결정할 중대변수가 될 힘은 가지고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김종필 총재는 최근 “여권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자주하고 있어 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 을 낳고 있다.
현재 자민련이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은 김 총재의 몸값을 최대한 높였다가 국민회의와 DJP 공조를 성사시키거나 신한국당의 이탈세력 등과 연합하는 ‘보수대연합’ 가능성이다. 최근 단일화 협상을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줄 다리기를 계속하는 것은 후보가 난립하는 다자간의 대결구도를 지켜보면 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것이다. DJ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 그때 가서 디제이와 결합해도 늦지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잔 뜩 상승해 있는 국민회의로서도 급할 게 없다는 점에서 이런 지연 전략이 오히려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자민련 비주류쪽은 우려하고 있다. 또 모든 것을 버리고 너무 굽히고 들어갈 경우 자민련 지지자들이 순순히 따 르겠느냐는 문제도 남는다.
이런 이유로 당안에서는 대선기획위를 중심으로 다자간의 대결구도를 상 정한 대선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조순 시장 출마선언과 이인제 지사 나 이한동 고문 등 여권 탈락자들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 서 김대중 총재뿐 아니라 누구와도 연대가 가능하다는 다자간 제휴가능성 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한동 고문과의 보수대연합이나 내각제 지지 세력 결집을 통한 활로모색은 물론 이회창 대표나 조순 시장과도 손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려는 것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이제 DJ만이 아 니라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최근 안 양만안 보궐선거 후보로 국민회의와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이한동 고문 쪽 인사인 김일주씨를 공천한 것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조순 출마로 위기에 몰린 김종필 총재. 그는 18일부터 예산, 홍성, 보령 등 충청남도 지역을 방문하고 19일 민주택시 노조대표단 등 각계 직능대 표와 간담회를 준비하는 등 대선행보를 다시 다그치고 있다. 텃밭인 충남 을 기반으로 다시한번 반전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의지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