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1이2김 대권 꿈을 버려라"

대선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출마선언의 기회만 엿보던 조순 서울시장이 8월13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 조 시장은 그의 선언과 함께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2 0% 안팎의 지지도를 보이므로써 대선구도는 순식간에 이회창 신한국당 대 표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3자 대결구도에서 4자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이인제 “나에게 차차기를 말하지 말라”

여기에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출마 결심을 굳힌 채 명분쌓기에 나섰다. 이 지사의 경우 아직 출마선언을 하 지 않았는데도 김대중 국민회의후보와 근소한 차로 부동의 2위의 지지율 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사의 출마를 향한 발걸음은 이제 군불지피기 차원을 넘어 내부적인 조직다지기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명분 이 생겨 독자출마할 경우 즉각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을 광범위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 지사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차차기는 따논 당상'이라거나 '경기지사 재선 확실'이라는 인사치레다”라는 한 측 근의 말은 이같은 이 지사의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이 지사는 김 영삼 대통령의 두번엔 걸친 출마 만류에 대해 '김 대통령에게는 빚이 없 다' 또는 '김 대통령은 김 대통령, 나는 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지사 는 자신의 이런 결심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설사 독자출마를 하지않는 한이 있더라도 도지사직은 사퇴할 것으로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일단 이 지사가 출마선언을 할 경우 대선구도는 4자대결에서 5자대결, 즉 예측이 더욱 불투명한 다자 대결구도로 전환된다. 대선판도는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 지사는 현재 '이회창 대표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논의가 공 론화되는 시점을 지켜보고 있다. 불가능한데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집할 경우 이를 명분 삼겠다는 것이다. 또 그 시점이 되면 다른 중진들의 이탈 과 함께 '경선승복'이라는 족쇄에서도 자유로와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조 시장의 출마선언과 이 지사의 출마가능성은 비록 이들의 인기가 거품 일지 여부는 검증되지 않지만 전체 정치권에는 태풍 경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는 이들에 대한 지지율이 선두그룹을 위협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시장과 이 지사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에 대 한 실망한, 두 김씨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광범위한 제3의 유권자층으로 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20%대 지지도 확보 조시장 3당후보에 포문

조 시장은 20일 민주당에 입당한 뒤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의 총재취임 에 이어 9월 초 전당대회에서의 대선후보 선출이라는 일정을 짜놓고 있다 . 조 시장쪽은 특히 '김윤환 신한국당 고문의 지원가능성' 등이 운위될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데 대해 크게 고무돼 있다. 가장 최 근에 실시된 <한겨레21>의 여론조사(8월 15~16일)에서도 조 시장은 이회 창-김대중-조순의 3자대결시 21.5%를 보였다. 이밖에 이회창-김대중-김종 필-조순의 4자 대결을 전제한 다른 조사에서도 최고 24.9%에서 최저 19.9 %의 지지율을 나타내 왔다. 지난 7월31일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17.3%였 으나(이회창 27.8%, 김대중 21.3%)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8월13일 <조선 일보> 조사에서는 19.9%(김대중 28.0%, 이회창 25.9%)로 2.6% 상승했다. <한겨레신문>의 지난 12일 조사에선 20.3%로(김대중 26.6%, 이회창 24.6% ) 나타났다. 이는 조 시장이 현재의 대선판도를 자신을 포함한 3파전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밖에 4자대결에서 그가 2위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않다. 지난 10일의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서 조 시장은 김대중 후보(27.8%)에 이어 24.8%로 2 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소하나마 이회창 후보(23.9%)를 제치고 2 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에 고무된 조 시장쪽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공세적인 비판 과 함께 세확산 작업에 착수했다.

조 시장은 지난 15일 저녁 서울시장 공관에서 민주당 권오을 대변인 등 민주당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양김에 대해 서는 국민들의 거부감이 있으며, 이 대표는 대쪽이미지를 지키지 못하고 양김과 같이 가고 있다”며 “특히 이 대표는 성은 이씨지만 습성은 3김 과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성 표현까지 서슴 지 않는 등 주 공격목표를 이 대표에 맞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조 시장은 또한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 “DJP단일화는 지난 87년과는 달리 국민 이 원하지 않는 작당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신한국당 후보 이인제' 파괴력은 상상 이상

조 시장 현재 ‘대선 승리 3단계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1단계로 민주당 총재 취임과 당 체제정비를 거쳐 2단계로 국민통합 추진회의와 일부 시민단체, 재야세력, 국민회의 비주류와의 연대를 통해 세력를 확산한 뒤 3단계로 TV토론회 이후 지지율 상승을 통한 자신으로의 야권단일후보 달성과 집권이라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조 시장의 측근인 최병권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조 시장에 대해서는 지역과 연령, 계층구별없이 지지층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며 “본격적인 TV토론이 벌어지면 폭발적인 지지율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인제 경기지사는 어쩌면 조순 시장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보일 수 있는 주자로 꼽힌다. 특히 이 지사의 출마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에게 치명상 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순 시장도 이 지사의 출마와 동시에 4 위로 밀려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는 이 지사의 폭발력이 조 시장을 훨씬 웃도는 것으 로 보여준다. 이 지사가 출마하는 경우 순식간에 조순 지지세력의 상당부 분을 잠식하면서 기존 3후보와 어깨를 견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지사 는 이미 신한국당 경선과정에서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일반 국민대상 여 론조사과정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이 지사의 경쟁력은 <한겨레21>이 8월15∼16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난다. 이회창-김대중(DJP여합후보)-조순-이인제의 4자 대결구도에서 18.3%로 18.9%를 기록한 이회창 후보와 2위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 났다. <한겨레신문>의 지난 12일 조사에서 이 지사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 도 출마하는 5파전의 경우 19.4%로 조순 시장(13.5%)를 멀찌감치 따돌리 면서 김대중 후보(25.2%)와 이회창 후보(21.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조선일보>가 지난 13일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과 박철언 자민련 부총재의 출마를 전제로 한 7자 다자대결구도에서 이 지사는 18.0%로 김대중 24.9% , 이회창의 18.1%에 이어 역시 3위에 올랐다.

특히 이 지사가 신한국당의 후보로 나설 경우의 파괴력은 이회창 후보보 다 훨씬 크다. 여당후보가 이 지사로 바뀌어 4파전을 벌일 경우 김대중 2 9.5%, 이인제 29.3%, 조순 20.4%, 김종필 8.7%로 나타났다. 이회창 후보 가 신한국당 후보로 4자 대결을 벌일 경우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25.9% 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마음은 몹시 혼란스럽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자신보 다 뒤처지는 조순 시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마음은 더욱 흔들리고 있 다고 한다. 이 지사가 출마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결과뿐 아니라 5년 뒤의 차차기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뒤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중도 에 내각제로 개헌이 돼버리면 ‘닭쫓던 개’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서울 근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원 내외위원장들과 회동을 갖고 거취문제를 논의했으나 명시적인 결론은 내 리지 못했다. 일단 당개혁안(이 대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을 내놓기로 했을 뿐이다. 대통령-당총재 분리, 당총재 대의원 직선, 대의원 5만명으 로 확대 등이 개혁안의 골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난처한 개혁안을 이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지사로서는 확실한 독자출마의 명분 하 나를 확보하는 셈이다.


측근들 “출마하면 조순바람은 이 지사 것”

이 지사의 출마를 강력히 권유하는 측근들은 8월 말까지 ‘조순 바람’이 불게 만든 뒤 9월초 에 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해 조순 후보가 모아놓은 ‘반이회창, 비DJP’성향의 유권자를 일거에 거둬들인다는 전략까지 제시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직사퇴 시한인 9월18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 다른 사람과 같이 이회창 대표의 ‘낙마’ 가능성을 기대하며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이 지사쪽에서는 개혁안 수용을 압박하 면서 동시에 독자출마의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도지사직을 미리 내놓 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제 97대선은 풍향을 종잡을 수 없는 난기류권으로 이미 깊숙이 빨려들 어 갔다. 세기와 세기 아니 밀레니움과 밀레니움을 연결하는 선거 때문인 지 그 소용돌이의 폭은 더욱 커질 것 같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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