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
|
국내 최초의 사이버 밴드인 ‘훠니 파우다’(Funny Powder)가 가상공간에 서 데뷔 콘서트를 연다. 8월20일 오전 10시부터 22일 오후 10시까지 열리 는 이들의 데뷔 무대는 청소년 인터넷 잡지 ‘채널10’(http://www.ch10. com)의 사이버 공간이다.
김호준, 이광규, 홍기섭 등 스물한살 동갑내기 3명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사이버’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과 음반만을 활동무대로 삼고 있다. 지난 1월 말 밴드를 구성한 이후 한번도 자신들의 얼굴이나 신상을 공개 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다. 고교 1학년 때부터 록그룹을 만들어 같이 음악 활동을 해왔고,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이라는 게 그들이 밝히는 신상명 세의 전부다. 언론의 영향이나 학력이라는 사회적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 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뮤직비디오 역시 애니메이션만을 사용해 전곡을 제작한다. 진짜 얼굴 대신 만화 캐릭터를 빌려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이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정서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 다. <뻥삼이>라는 타이틀곡은 우리사회에 만연된 경직성에 대한 독설이다 . “느낌도 생각도 오지 않는 너의 말. 기름기만 찼고! 마냥 침만 튀지! …, 말장난은 이제 그만 입 닥쳐! 거짓말만 하는 너는 뻥삼이∼” 이들은 ‘뻥삼이’를 ‘거짓말을 일삼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한다. <베짱이 와 개미> <구덩이>에서도 우리사회의 획일적 가치관과 미래사회의 환경오 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제도권 음악의 생산·유통 체계에 대해서도 사뭇 비판적이다 . 유명세(?)를 타더라도 기존 음반사와는 계약을 맺고 싶지 않다고 한다. 돈이라는 잣대만으로 음악성을 재는 그들이 싫다는 것이다. 그만큼 제도 권 음악에 대항하겠다는 그들의 각오는 당차다. “획일적으로 이끌려 가 는 가요와 그것에 힘없이 무너지는 청소년들, 난무하는 표절, 이 모든 것 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싶습니다.” ‘얼굴없는 밴드’ 의 항거가 시작되고 있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