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여전히 당당한 `발칸반도의 히틀러'

“보스니아 내전 특급전범을 잡아라.”

92년 이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지도자로 군림하면서 보 스니아 이슬람교도 등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했던 라도반 카라지치( 53)가 드디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대대적인 추적을 받게 됐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최근 나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영국·프랑스의 3국 합동특공대가 지난주 보스니아 북부에 비밀리에 침투해 카라지치 체 포를 위한 현지 마무리 훈련을 마쳤다고 전했다.

카라지치는 동유럽 공산정권의 잇단 붕괴로 유고의 정정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 89년,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인들의 정당인 세르비아민주당 당수에 취임한 뒤 옛 유고를 ‘대세르비아 국가’로 통합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등 ‘발칸반도 의 히틀러’로 군림했다.

미군이 주력이 된 나토군의 강력한 개입으로 수세에 몰리게 된 카라지치 는 지난해 여름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인들의 자치공화국인 스프르스카공 화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고내전 전범재판소에 의 해 기소됐다. 그러나 스프르스카공화국의 새 정권 역시 대통령부터 외무 장관까지 그의 심복들로 채워진 강경 세르비아민족주의자 일색이어서, 카 라지치는 여전히 세르비아계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그가 은신중인 것으로 알려진 팔레 근교의 호화빌라는 우뚝 솟은 언 덕 위에 울창한 숲이라는 천연 방벽에 둘러싸여 있어, 3국 합동특공대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빌라 주변에는 대공 로 켓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의 주택이 농가와 함께 밀집돼 있는 데다 육로도 하나뿐이어서, 나토군은 최후의 수단으로 민간인이 희생될 위험을 무릅쓰 고라도 빌라 인근 주택가 전체를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 졌다.

‘팔레의 왕’으로까지 불리며 역사의 단죄를 피하고 있는 카라지치가 일 급전범으로 법정에 설지 주목된다.

임민/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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