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우리 얼 찾아나선 X세대들

“이를 악물었어요. 유관순 누나, 윤봉길 형님을 생각하면 못 참을 일이 없지요.”

8월17일 오후 6시, 충남 목천의 독립기념관. 그악스럽던 여름 낮의 태양 도 풀이 죽어갈 무렵, 경내엔 젊은 대학생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배낭 을 짊어메고 손손마다 태극기를 쥔 그들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건강하고 밝아보였다. “선열들의 숨결과 체취를 생생히 느끼고 돌아왔습 니다.” 이 행사를 연 대학연합 동아리 ‘바르게 숨쉬기’(바숨) 회장 김 연진(21·이화여대 정외4)씨는 뿌듯한 어조로 말했다.

‘바숨’ 회원 1백여명이 독립기념관 정문을 나선 것은 14일 오후 2시. 3 박4일 동안 ‘우리얼 찾기 순례대행진’을 마치고 같은 장소로 돌아온 것 이다. 이들은 충남 아산 현충사와 덕산의 윤봉길 의사 생가, 천안 병천의 유관순 열사 기념관을 차례로 걸어서 돌아보았다. 8·15를 맞아 호연지기 를 기르고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이자는 취지로 열린 행사였다.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어요. 침묵수련이라고 하지요. 조국의 땅을 밟 으면서 선열들의 당시 상황을 회상하고 그들의 겨레사랑을 내것으로 만들 어보는 거예요.” 행진에 참여한 류재춘(23·연세대 물리학과 대학원)씨 는 단순한 걷기대회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유관순, 윤봉길 열 사가 각각 10대와 20대에 큰일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어요. 우리들의 나태함을 돌아봤지요.”

대다수의 학생들은 발에 실을 꽂고 다녀야 했다. 터져오른 물집의 고통을 참으며 행진한 거리는 총 60여km. 물론 중간중간 버스도 동원됐다.

‘바숨’은 새내기 동아리다. ‘바르게 숨을 쉬어야 바르게 살 수 있다’ 는 단학의 기본이념. 이를 통한 건강도모와 홍익인간을 기치로 96년 10월 창립됐다. 벌써 서울대·덕성여대·항공대 등 전국 40여개 대학에 1천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그들은 야영지에서 기공수련으로 몸과 마음을 다 지는 일도 잊지 않았다.

순국선열 순례는 일견 고루해 보이는 이벤트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득실 거리고 왜색과 무국적의 대학문화가 판치는 캠퍼스 현실에서 이들 신세대 들의 ‘우리얼 찾기’고행은 빛나보인다.

목천=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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