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통신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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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달리는 파리의 버스
파리의 버스들은 물섞인 기름으로 다니게 된다. 겉보기에는 걸쭉한 우유 같은 이 신종 자동차 기름은 아쿠아졸(Aquazole)이라는 이름이 붙은 획기 적인 연료이다. 프랑스 국영 석유회사 엘프 아키텐사는 최근 물과 기름을 혼합해 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청정연료개발에 성공했 다고 발표했다.
물과 기름의 배합은 그간 연료제조업체와 에너지 연구소들의 오랜 꿈이었 다. 이번에 엘프사가 세계 최초로 물과 기름의 완벽한 혼합에 성공해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디젤유와 물을 혼합하면 오염물질이 줄어든다는 것 은 이미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간 문제는 물과 기름 의 혼합이 불안정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엘프사가 ‘신비의 특 수 첨가제’를 개발해 혼합상태가 안정적인 신종연료 아쿠아졸 생산에 성 공함으로써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것이다.
아쿠아졸은 연료에 물을 혼합함으로써 우선 기름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 를 가지지만, 이보다는 환경연료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아쿠아졸을 사용하면 도시 자동차매연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질소(NO2)의 배출이 30%나 줄고 그외 배출 미립자는 약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단 한 가지 결함은 혼합연료 사용시 엔진의 출력이 3% 정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는 매연없는 전기자동차를 실험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로 도시 매연을 줄이는 데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체국이나 전화국 등 공공기관의 자동차는 대부분 전기자동차다. 소음과 매연이 없는 전기 자동차는 환경문제에서 보면 획기적이긴 하지만 단가가 비싼 데다 도심 내 전기충전소가 많지 않아 대중시장시판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물배합연료는 오히려 생산단가가 낮은 데다 추가투자가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명으로 평가된다. 실험단계 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대중시판에 돌입한다면 자동차 연료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된다.
정부는 우선 1차로 파리시 시내버스에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점차 주요도 시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르노 자동차와의 운행실험에서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리옹에 혼합연료 생산본부를 설치하고 독일 ·오스트리아·스페인 등에도 시범 수출할 예정이다. 공상과학소설의 아 버지 쥘 베른은 미래의 연료는 물이 될 거라고 에언한 바 있다. 이제 엘 프사의 아쿠아졸 개발로 서서히 물자동차시대가 열리고 있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옐친은 술취한 광대”
알렉산드르 코르자코프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상대 로 ‘대반격’을 시작했다. 지난 8월13일 시판에 들어간 코르자코프의 저 서 <보리스 옐친-새벽부터 저녁까지>는 지난해 러시아 대통령선거 때 경 호실장에서 전격해임된 그가 별러온 ‘복수극’의 성격이 짙은 책이다. 원래 인쇄 예정이던 인쇄소에 정보기관원들이 몰려 들어와 협박하는 바람 에 다른 곳에서 비밀리 인쇄한 이 책은 한마디로 옐친을 ‘술취한 광대’ 라고 평가한다. 코르자코프는 ‘술취한 옐친’의 사례로 지난 94년 소련 군의 독일철수 때 만취해 악단 지휘자의 지휘봉을 빼앗은 일이나, 같은해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도 술에 취해 감사 인사를 빼먹은 것 따위를 지적했다. 또 코르자코프는 옐친이 딸 타치아나 지야첸코에 의해 조종된다는 점을 들어 그를 ‘광대’라고 표현했다.
코르자코프는 10년 이상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보위하면서 경호실 장의 자리에 올랐을 정도로 옐친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러나 96년 여름, 러시아 대통령선거 기간중 그의 신임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옐친의 딸 지야첸코와 제1부총리인 아나톨리 추바이스의 상승에 따라 곧바로 경 질됐다. 이런 옐친 대통령의 행동은 그에게 배신감을 안겨줬고, 그는 명 예훼손 등을 이유로 옐친을 고소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판정패를 당했다 . 그의 행동은 정가의 우스개가 되었다. 그런 것도 이해 못하면서 어떻게 정치권에 들어왔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코르자코프는 ‘옐친과의 전쟁’을 여기서 그만둘 수 없었다. 자신을 배 신한 자를 그냥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1라운드의 판정패를 만회하고자 “보리스 옐친의 비리를 책으로 밝히는” 2라운드를 선포했다 . 그리고 <보리스 옐친…>이 초판으로 15만부나 찍혀 나간 데서 알 수 있 듯이 2라운드는 코르자코프의 승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촉각 을 곤두세웠고, 국민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기양양한 코르자코프는 지금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아직은 초국가적인 힘을 가진 옐친 대통령이 이런 ‘비리 폭로’에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스크바=강완구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