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격동하는 재벌

`젊은 총수' 진취성에 높은 점수

(사진/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종손인 이재현 제일제당
부사장(왼쪽)과 그의 외삼촌인 손경식 제일제당 회장.)

제일제당그룹의 대주주인 이재현(37) 부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의 종손인 3세 경영인이다. 21세기 재계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재벌그룹 의 상속자지만, 삼성가(家)의 적자로서 대통을 잇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 이기도 하다. 외삼촌인 손경식(57) 제일제당 회장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는 이미 단순한 경영수업 단계에서 벗어나 있다. 4년 동안 경영 담당 상무를 맡았고 올초 부사장으로 두단계 승진한 뒤에는 사장이 없는 제일제당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소프트와 정보통신 등 그룹의 신규사업은 그가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그룹 안에서는 점수가 후한 편이다. 그룹의 한 임원은 “그룹의 신규사업이 큰 차질없이 진행되 고 있고 그가 제시한 ‘Only One’ 경영철학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제일제당은 국내 최초의 숙취해소 드링크제 컨디션, 슈퍼판매라 는 화장품 유통경로에 혁신을 가져온 식물나라, 전자렌지에 2분만 데우면 갓 지은 밥맛이 나는 햇반 등을 새로운 경영철학의 산물로 자랑한다. 서 울 남산 기슭에 위치한 그룹사옥 꼭대기 16층에 회장실 대신 사원식당 ‘ 그린테리아’를 마련하고, 직원들 스스로 복지 항목이나 금액을 선택하도 록 한 새 복지후생제도 ‘카페테리아’와 젊은 사원들의 창의와 도전정신 을 최대한 살린 자율연구팀 ‘유레카’ 등을 도입한 것도 모두 국내 처음 이다.

이 부사장은 그룹 안에서 “겸손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젊은 재벌총수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건방진 모습이 그에게는 찾아보기 어렵다 는 것이다. 그는 아랫사람이더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꼭 존대말을 쓴다고 한다. 또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 작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술 한잔 제대로 못 마시지만 일반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 울린다. 그는 이런 사석에서 “1세 창업주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2세는 경영능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이 약해지 는 3세로 가면 꼭 내가 경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질 것”이라며 나 름의 경영관을 비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부사장의 누나인 이미경(39) 제일제당 이사는 그룹의 영상사업을 돕고 있고, 동생인 재환(35)씨는 미 국에서 공부중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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