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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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졸속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위성교육방송이 8월25일부터 본격 실시된다. 교육방송(EBS)은 무궁화위성의 채널 2개를 이용해 25일 본방송을 시작하기로 하고 20일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위성 교육방송 은 ‘망국병’으로까지 불리는 고액과외를 줄여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출발했다. 교육부는 위성 교육방송 시작과 2학기 개학에 맞춰 전국 1만1천여개에 이르는 초·중·고교에 학교당 1백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안테나와 세트톱박스 등 위성방송 수신 시설의 설치를 거 의 끝마쳤다.
고교과정 전담 위성 1TV 52.5시간 방송
교육방송은 학생들의 과외 욕구를 수용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교교육을 보충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공교육의 내실화와 전국민의 평생교육을 선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 중국, 러시아 일부 와 동남아 등 가시청권에 거주하는 해외교포자녀를 위한 방송으로도 이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은 정부와 교육당국이 그동안 부르짖어온 사교육비 절감 정 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교육비 절감의 가시 적 효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위성 교육방송 추진 과정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에서도 나타난 다.
위성을 통한 교육방송은 지난해부터 교육방송과 교육부 등에서 추진돼 왔 다. 지상파를 이용한 기존의 교육방송은 전국의 1/3이 넘는 지역이 난시 청 지역인 데다 방송시간과 채널수의 제약 때문에 활용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도 지난해부터 교육 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과외방 송을 검토해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신한국당내 사교육비대책특위와 국무 총리실에서 과외방송을 들고 나오면서 8월 실시로 전격 결정됐다. 여기에 지난 95년 8월과 96년 1월에 각각 발사된 무궁화위성 1,2호의 가용채널이 20개이지만 한국방송공사의 위성방송용 채널 2개만 사용되고 있어 막대한 재원낭비라는 지적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결국 실시 결정 석달 만에 방송 에 들어가게 됐으며, 이에 따라 교육프로그램과 교재 개발, 강사 선정, 일선 학교의 수신시설 설치 등도 촉박한 일정에 맞춰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교육이라는 백년대계의 논리보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고민거 리인 사교육비 문제에서 점수를 따보자는 정치적 필요가 작용했다는 비판 을 받아왔다.
교육방송쪽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지상과제에 따라 우선은 학생들의 시 청률을 높여 대입시를 위한 과외 수요를 대체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위성방송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만을 위한 위성 1TV와 초·중학생을 위한 위성 2TV로 대상을 차별화했다. 주당 52.5시간이 방송되는 1TV는 고 교 1,2학년생을 위한 ‘위성고교강좌’와 지상파로 동시 전송되는 ‘고교 필수특강’을 통해 과외 수요가 많은 국어·영어·수학1, 공통수학 등 4 과목을 방송한다.
주당 72시간 방송되는 제2TV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채널 로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과외 수요가 많은 과목을 중심으로 편성했다. 초 등학생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3년 영어’ ‘컴퓨터교실’ 그리고 기초 한자 학습을 위한 ‘하늘천 따지’를, 중학생 프로그램은 국어, 영어, 수 학 과목을 학년별로 방송한다.
특히 제1TV의 경우 과외수요를 적극 흡수하기 위해 기존 지상파 수능특강 과는 달리 학원식 집중강의와 같은 75분간의 와이드 강의를 진행하며, 모 의고사나 실전 문제풀이로 성격을 고정해 입시를 위한 과외 성격을 분명 히 했다.
고교3년 과정에 학원강사 집중 배치
또 기존 지상파 교육방송의 교재채택, 강사채용과 관련한 금품수수 등 비 리가 검찰 수사결과 밝혀지자 방송 강사진에서 학원강사를 배제한다는 방 침을 세웠다가 최근 이 방침을 바꿔 현직교사 47명과 학원강사 23명으로 강사진을 구성했다. 교육방송쪽은 “방송매체에 적합한 현장 교사를 확보 하기 어려웠으며, 교사의 학습 방법과 학원강사의 핵심문제 풀이 능력을 결합시킨 팀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방송은 학원강사의 경우 고교 3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파이널 수능강좌’에만 한정시켜 강의하도록 했다.
교육방송쪽은 이처럼 학생들의 과외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만큼 위성교육방송으로 기존 과외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 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학생 1인당 월평균 과외비가 약 24만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전국 초중고생 8백50만명 가운데 약 1백만명이 위성방송 을 시청하고 과외를 포기할 경우 월 2천4백억원의 과외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막연한 추산치이긴 하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2조 원이 훨씬 넘는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흥수 교육방송 원장은 “1백만명 가운데 10만명만 과외를 포기하더라도 월 2백40억원을 절감해 올 연말까지의 위성방송 예산 1백20억원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 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처럼 ‘국가과외’를 표방한 위성 교육방송이 과연 과외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우선 가정에서 시청할 경우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와 세트톱박스 등 위 성방송 수신장비를 갖추는 데 80만∼1백만원, 위성수신장치가 내장돼 있 는 텔레비전을 구입하려면 2백만∼3백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아직 효과가 확실치 않은 현실에서 지불할 대가로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 ‘무한 경쟁’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입시의 풍토 속에서 고액과외나 학원과외 를 포기하는 학생이 얼마나 많을 것이냐도 관건이다. 최악의 경우 방송수 신 장비와 방송교재 비용 등 오히려 학부모가 부담해야할 사교육비가 증 가하는 부작용도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장비구입 등 사교육비 증가 우려도
이와 관련해 교육방송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위성수신 장비가 아직 비싼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대량생산될 경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과외 욕구를 전면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고액과외를 학원과외로, 학원 과외를 방송과외로 대체해 사교육비 부담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효과는 있 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방송쪽은 또 방송교재의 값도 조달청의 원가 계산으로 97년 1학기 정 가 대비 20%인하 공급해 비슷한 시중 교재값의 73∼80% 수준으로 책정했 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교재 채택을 둘러싼 금품 수수 비리를 막기 위해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출판사를 선정하고, 대형 출판사의 독점을 막기 위 해 1책 1출판사 선정 방법을 택했다.
지창은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