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국민후보, 시간이 없다

(사진/대선을 향한 진보진영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8월18일 `국민승리21(가칭)추진위'는 이창복(왼쪽), 권영길씨를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진보민주진영의 독자적인 대선행보가 공동선거기구 결성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권영길)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 합(상임의장 이창복)을 중심으로 한 진보민주진영은 지난 8월18일 국민후 보 추진 선언자대회를 열어 ‘국민승리21(가칭)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의 공동선거대책기구를 출범시켰다. 이날 50명 안팎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 원회는 9월7일까지 후보 선정문제를 결정한다.


9월초 또는 9월말 결정

이에 따라 이르면 5천여명이 참여하는 9월7일 발기인대회에서 진보민주진 영의 후보가 결정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이는 후보추천위원회가 1명의 후보를 추대할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복수를 추천해 국민경선제의 형 식을 도입한다면 9월말에나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복 전국연합 상임의장과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을 공동대표로 한 추 진위가 이날 출범함에 따라 대중조직들의 대선 준비도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산하 연맹과 지역조직별로 대선국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정치실천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최소한 1만명 이상이 참 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초기에 국민후보 운동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 던 현총련이나 자동차연맹 등도 국민후보안에 동의하고 조직적으로 참여 하기로 의견을 모아나가고 있다. 또 조합원들 과반수 이상이 국민후보안 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은 조합원의 50∼70% 정도가 국민후보안을 지지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안에는 여전히 신중론이 존재한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국민후보가 권영길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안에는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 총의 대표가 후보로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선과 최악의 결과 모두를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 보를 내고 정치세력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서 이 제 내부적으로는 후보 선출과 관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 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들은 마음이 상당히 다급한 편이다. 기성정치권의 대선구도가 생 각보다 빠르게 정리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조순 서울시장이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치솟은 점은 이들의 우려를 크게 자극했 다. 이는 “빨리 후보를 내고 후보 중심으로 세력을 가시화해내야 한다” 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또 후보가 빨리 결정돼 야 여러명의 군소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권영길 유력… 면·통 책임자까지 조직

이에 따라 애초 9월말에 가서 후보를 결정하려던 계획을 앞당기려는 움직 임도 활발하다. 광범위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를 실현할 것인가 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보추천위원회가 단 독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을 따른다면 발기인대회가 열리는 9월7일에 후보 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들은 최근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 권영길 위원장 지지율이 0.7%에 머 무른 점에 대해 내심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지난해말에서 올해초까 지 이어진 총파업 당시 <한겨레21>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4 0% 이상이 재야노동후보에 긍정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여론조사가 조순 후보 출마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출마 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권 위원장을 포함시킨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았다. 출마가 본격적으 로 선언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와 관련해서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형국이 다. 대중적인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권 위원장이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애초 국민경선제라는 형식으로 한다면 권영길, 조순, 이부영 등으로 경선 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권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제각각의 정치적 행보를 뚜렷이 하고 있어 권 위원장 외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부영 의원은 비공식적인 대화채널을 유지 하면서 후보 각축의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진보민주진영의 국민후보가 군소후보로 전락할지, 아니면 대선구도에 막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전적으로 이들의 조직화에 달려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추진되는 국민후보가 87년과 92년 당시 전노협, 민통련, 전민련의 극히 일부가 백기완씨를 민중후보로 밀 때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통해 조직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높였고, 전국연합 또한 87년 이후로 10년 이상 꾸준히 지역에까지 조직화 에 힘쓴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진위 유기홍 대변인은 “국 민승리21 추진위를 지방에까지 확대해 2백여개 안팎의 조직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서울에는 통 단위 책임자, 지방에는 면 단위 책임 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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