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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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콤 경영권을 욕심내는 것은 다른 그룹들도 다 마찬가지인데 왜 LG 만 갖고 그래요. 다른 그룹들도 이미 대부분 관계사를 동원해 겉으로 드 러난 것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요.”
<한겨레>가 LG가 관계사를 동원해 확보한 데이콤 지분은 30% 이상이며, 개인휴대전화(PCS) 사업 허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데이콤 지분 4.03% 를 매각하면서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LG그룹 관계자 의 항변이다.
LG 관계자의 이 말은 “의혹 내용을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LG가 이미 데이콤 경영권 장악 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주식처분 방식에 의문제기
업계에 따르면 LG는 데이콤 주식 보유지분을 5% 아래로 낮춰야 한다는 개 인휴대전화 사업 허가 조건에 따라 지난 7월25일 계열사의 보유지분 4.03 %를 매각했다. LG는 이로써 그룹 내 데이콤 지분율이 4.99%로 줄었으며 조건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이콤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양그룹 등에서는 LG가 지분을 처분한 게 아니라 사실상의 자전거래를 해, 실제로는 지분이 줄지 않았다 고 지적하고 있다. 동양쪽은 지분을 산 쪽과 지분매각 방식을 지목하며 이면계약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LG는 보람은행, 흥국생명, 백광소재, 한국코트렐과 한국코트렐의 자회사 인 소강산업에 각각 주식을 팔았다. 가장 많은 23만주(1.45%)를 가져간 보람은행의 경우 상품주식으로 사지 않고 특정금전신탁에서 매입했다. 특 정금전신탁은 예금주가 은행에 맡긴 돈으로 특정상품을 사달라고 하는 계 정이다. 보람은행은 옛 금성투자금융이 전신으로 LG와 연고가 있고 데이 콤 주식이 하필 특정금전신탁에 처분된 점을 들어, 동양은 LG가 특정금전 신탁 소유주와 묵계해 지분을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백광소재와 한국코트렐은 모두 상장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2백76억 원, 3백5억원이었다. 백광소재는 데이콤 주식 10만주, 1백억원어치를 매 입했다. 한국코트렐은 자회사인 소강산업과 함께 각각 1백억원어치씩 모 두 2백억원어치(20만주)를 샀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투자가치가 있다 고 판단돼 여윳돈과 어음할인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며 LG와 어떤 거래관 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규모로 볼 때 1백억∼2백억원대의 주식투자여력이 있는지 의심받을 만하다는 게 일부 증권관계자들의 지적 이다.
LG그룹이 공개매각 방식을 택하지 않고 시간외 매매방식으로 주식을 처분 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데이콤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 어 있어, 공개매각시 시가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시가대로 판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무선을 모두 갖고 싶은 욕심
LG그룹은 지난 95년 장기신용은행이 주당 12만원대의 데이콤 주식을 공개 매각하자 훨씬 비싼 값인 주당 28만1백원에 샀다. 이에 대해 LG쪽은 주가 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시간외 매매방식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LG는 데이콤에 어떤 미련이 있어, 주식위장분산과 자전거래 의혹 등 ‘정 도경영’에 흠집을 입으면서까지 지분매집에 나서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 는 LG가 현재 제공중이거나 곧 선보일 예정인 대다수 통신서비스 사업에 진출해 있는 데이콤을 흡수함으로써 단번에 통신서비스 업계의 선두주자 로 부상하기 위해 데이콤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데이콤 은 현재 시외·국제전화와 전용회선 임대, 컴퓨터통신서비스, 전자상거래 , 인터넷접속서비스, 시스템통합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주주 자격으로 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내전화 사업 허가를 받 았고, 미국 퀄컴사가 주도하는 글로벌스타 프로젝트에 참여해 저궤도 위 성이동통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98년부터는 미국 오라이온에서 쏘아올 릴 예정인 오라이온Ⅲ 위성을 이용해 동북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방 송서비스 사업도 할 계획이다.
데이콤의 이런 통신서비스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 는 것이다. 또 꽤 오랜 기간의 경험과 기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많 다. 하지만 데이콤을 인수하면 이런 과정이 필요없다. LG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데이콤 지분 확보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특히 LG에 서 데이콤을 가져가면 부수적인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반도체, 현대는 자동차에서 국내 선두주자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 는 것과 달리, LG는 생활용품을 빼고는 마땅히 내세울 게 없다. 하지만 데이콤을 가져와 개인휴대전화 사업과 연계하면, 유·무선을 모두 포함하 는 국내 최초의 종합통신서비스 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 삼성 현대가 부 러울 게 없어지는 것이다.
LG는 관계사를 동원하는 방법으로 데이콤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내용 상 이미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그룹 관계사 가운데는 허준구 LG그룹 부회장의 동생인 허완구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 화산업이 3.58%,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씨 소유의 상농기업이 2.22 %를 갖고 있다. 또 LG그룹이 30% 출자한 한성생명은 1.76%, LG기공 고문 인 임휘도씨가 비상근 대표로 있는 마니네트웍은 1.37%, LG정유의 광주지 역 판매전담사인 동화석유는 1.04%를 갖고 있다. 허준구 부회장의 조카인 허남각, 허광수씨도 0.77%, 0.75%를 갖고 있다. 이 밖에 희성그룹 계열의 희성금속이 0.49%,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자혜씨 소유 아시 안스타가 0.49%, 구 명예회장의 사촌 소유인 세일산업이 0.46%를 갖고 있 다. LG그룹 소유주 일가 기업과 LG전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주)성철사 등 도 데이콤 지분을 일부 갖고 있다.
동양·삼성·현대도 군침
따라서 동일인 보유지분 10% 제한 규제만 풀리면 당장이라도 LG 계열사 편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LG그룹은 지분 단속과 함께 전기통신사업법의 동일인 보유지분 10% 제한 규정을 풀기 위한 로비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동일인 보유지분 제한을 풀기 위해 95년 세계무역기구 기본통신협상에 낸 통신시장 개방 양허안에는 이 조항을 넣지 않았다. 그 런데 그뒤 재벌간에 데이콤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여론이 악화되 자 최종 양허안을 내면서는 다시 넣었다. 우리나라는 최종 양허안에 동일 인 지분 보유 제한 조항을 끼워넣기 위해, 전화재판매시장 개방 시기를 2 년 앞당기는 등 국내 통신시장 개방 폭을 넓혔다. 따라서 명분만 주어지 면 쉽게 풀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들도 늦어도 2000년 이전에 풀 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이때쯤이면 데이콤은 명실공히 LG 의 것이 되는 것이다.
LG는 데이콤과 함께, 데이콤이 지배주주로 있는 제2시내전화 사업자 하나 로통신의 경영권까지 가져가기 위해 이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도 힘 쓰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 때도 다른 재벌기업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3%를 확보했다.
LG와 같은 ‘속셈’을 갖고 데이콤 지분에 눈독을 들이기는 동양 삼성 현 대 등 다른 재벌도 마찬가지다. 이들 가운데 동양그룹은 데이콤 지분을 9 .31%, 삼성그룹은 8.78%, 현대그룹은 5.27%를 갖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 는 데이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매입에 나섰으나, 지금은 데이콤 이 경쟁 재벌인 LG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은 데이콤과 함께 하나로통신까지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지분참여 계약 서에 “데이콤의 경영권에 변화가 생기면 데이콤에서 갖고 있는 하나로통 신 지분 10%를 내놓는다”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해뒀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관계사를 동원하는 방법으로 법으로 제한한 것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심증은 있지만, 법을 어겼다고는 볼 수 없 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김재섭 기자/ 한겨레 경제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28일 제 1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