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경선고개 넘어도 꼬부랑 길

(사진/반이 진영으로부터 2선후퇴를 요구받는 김윤환 고문과의 관계정립도 이회창 후보의 여름을 무덥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천신만고 끝에 대통 령 후보로 확정됐지만, 승리의 기쁨에 빠져들기도 전에 두 자녀의 병역면 제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게다가 당 화합과 결속 작업도 기대만큼 진척 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1등 공신인 허주(김윤환 고문의 아호)와의 관 계 설정에 대해서도 고민이 쌓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측근들의 공 다툼 등 내부 잡음도 잇따른다.

최근 들어 지지율 하강세

이런 일들이 겹친 탓인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의 7월31일 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의 1대1 대결시 40.4% 대 42.5%로 비록 오 차 한계 내이기는 하지만, 이 대표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의 대 결이지만, 여론조사상 1대1 대결에서 이 대표가 김 총재에게 뒤진 것은 처음이어서 이 대표쪽으로서는 충격적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아들 병역 논란의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 같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 나 파문이 잠잠해지면 지지율은 다시 상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지난 8월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 다. 그는 “두 아들의 병역문제가 법적으로 하자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아 들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며 이런 마음을 앞으로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가지는 처신에 반영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인 하자가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면서 야당과 언론의 집중적인 의혹제기에 대해 ‘마녀사 냥’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던 기존의 태도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측근들에게도 최근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처신에 조심하라”며 근 신령을 내렸다. 당 화합과 결속을 위해 측근들과 자칭 공신이라고 주장하 는 인사들에 대한 집안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비록 고약하기는 하지만 ‘잊힐 만한’ 고민거리라고 한다 면 대선체제의 정비와 반대파 포용 문제는 ‘다루기 쉽지 않은’ 본격적 인 고민거리들이다. 특히 이 부분은 ‘허주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이 대표의 고민을 깊게하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경선 과정에서 흐뜨러지고 갈라진 당 내 중진과 계파간 골을 메우고 단합을 이뤄야한다는 절실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그가 경선 직후 이수성 고문과 이한동 김덕룡 최병렬 의원 등 낙마한 대선주자들을 차례로 만나 ‘협조’를 당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였다. 이 대표는 이들 낙마한 인사들의 적극적인 당무 복귀와 협조를 위 한 제도적인 방편으로 부총재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반이 진영 설득도 넘기 힘든 고개

그러나 여기에서 두가지 중대한 걸림돌이 발생했다. 하나는 이수성 이한 동 고문 등 반대 진영이 이 대표에 대한 협조의 전제조건으로서 이 대표 의 1등 공신인 허주의 2선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바른정치모임(회장 안상 수 의원) 등 소장 개혁세력도 “옛 세력과 신세력이 균형을 맞춰 신주체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허주의 독주 가능성을 미리 견제하고 나섰다 .

다른 하나는 부총재제의 도입 등 지도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허주쪽이 반 대하고 있는 점이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허주로서는 부총재제 등 지도체 제의 변경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두 세력이 이 대표를 사이에 놓고 서로 ‘도 아니면 모’식으로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는 상 황인 셈이다.

이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일단 양세력을 모두 끌어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당의 힘 을 모두 합해도 연말 대선 승리가 쉽지 않은 만큼 어느 한쪽도 서운하게 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경선 참가자들은 선대위의 책임자로, 이 대표의 정치적 파트너인 허주도 합당한 정치적인 위치에서 각자 할 일 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묘방이 없어 보인다. 이 대 표로서는 괴로운 여름이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