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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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명의 이탈리아인들이 2개의 혹은 3개의 일을 가지고 있다.”
사설통계기관 탈리아카르네가 최근 발표한 이 내용은 이탈리아에선 큰 뉴 스가 아닐 수 없다. 정부 공식통계로 3백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는 이탈리 아에서 직업을 두개씩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말이다. 이 는 이탈리아 노동자의 22.6%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이는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하나의 직업으 로 ‘입에 풀칠’을 할 수 없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탈세문제까지 겹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이 기관의 연구원인 트리벨라토씨와 클라우디오 파스카렐라는 일반적으로 경기가 살아 있는 이탈리아 북부엔 이런 현상이 적은 데(16.3%) 반해 경 기가 나쁜 남부엔 34.3%의 이중직업자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중직업이 ‘ 생존형’에 가깝다는 말이다. 특히 남부 농업지역인 칼라브레제에선 90.2 %에 이른다.
이중직업의 사례도 다양하다. ‘제1직업’이 끝난 뒤 집에 오는 길에 잠 시 남의 집 화장실을 고쳐주는 단순형에서부터, 사무실을 두지 않은 채 휴대용전화기로만 하는 중고가구나 컴퓨터 판매중계업 등 전문직에 이르 기까지 다양하다. 또 숫자는 적지만 공무원들도 ‘2중직업’의 유혹에 상 당히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이중직업’ 문제는 이런 직업 형태가 이탈리아 경제를 크게 흔들 어놓고 있다는 데 있다. 이중직업자 중 제1직업을 충실히 하고 제2직업을 한다면 별문제가 없지만, 일반적 평가는 이들이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탈세다. 이들 5백만명 중 대부분은 법망을 벗어나 일을 하며, 따라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잔에 1천5백리라(8백원)인 커피값을 계산할 때도 영수증을 주는 것이 일상화된 이탈리아에서 이들의 탈세액은 60조리라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은 그들 스스로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 따라서 공식적인 조세부담률이 약 40%에 이르는 이탈리아에서 20조리라 의 개인소득세, 17조리라의 부가가치세 또 각종 지방세 등이 탈루되고 있 다는 사실은 정부로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연구보고서는 ‘노동시장-지역단위에서 풀어본 분석과 평가’란 거창 한 제목을 달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업자들인 탈세자의 문제를 다 룬 이 보고서의 엄청난 제목에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보고서 내용을 경제 1면 주요기사로 다룬 <일 조르날레>는 “웃을 일이 아니다”고 강조 한다. “이는 이탈리아가 얼마나 이상한 나라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이기 때문이다. 정식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지불액이 약간 낮아 지는 점을 이용해 이웃을 탈세자로 만드는 이웃들은 결국 이런 탈세방조 행위가 퇴직연금문제·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데모의 큰 원인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게 <일 조르날레>의 지적이다.
베네치아=김선아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