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폭력까지 부른 주먹구구 경영

(사진/소비자의 발길을 잡는 좌판. 도매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도매상인들이 직접 소매에 나섰다. 누적되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소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도매상인들의 말이다. )

지난 7월12일 구리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중도매상인들이 관리공사 사 장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는 집단행동이 벌어졌다. 관리공사는 집기를 부순 중도매상인들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강경책으로 대응했다. 결국 4명의 중도매상인들이 경찰에 구속되고 10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됐다. 관리공사쪽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중도매 상인들은 이틀 뒤 실시된 경매에서 담합입찰을 해 2만5천원하는 고추 10kg을 1천원에 경락받는다.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두 사건은 현재 총체적 난관에 부딪힌 구리농 수산물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존 가락동 시장이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함으로써 유통체계의 혼란이나 교통의 혼잡과 같은 문제점이 야기되자, 구리 도매시장에서는 도매와 소 매를 철저히 분리하도록 정해놓았다. 그러나 개장 이후 도매기능이 좀처 럼 활성화되지 않자, 중도매 상인들은 “도매만으로는 적자폭이 늘어나 장사를 계속할 수 없다”며 소매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시장 안에서 좌판 을 깔고 낱개로 물건을 판매하는 소매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소매행위 를 묵인해 오던 관리공사는 사건이 일어난 12일 집중적으로 소매행위를 단속했다. 공사와 상인들의 충돌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문제의 발단은 도매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또 도매 시장 기능이 정체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애초 구리로 이전키로 돼 있 던 청량리 일대 등 서울 동북권 상권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상권이 구리로 이전되지 않은 것은, 애초 구리시에 입주할 상인들을 선정할 때부터 잘못된 기준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다. 서울대 김완배 교수는 “구리 도매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몇몇 상인 들을 중심으로 도매법인이 급조되고, 이들은 중도매상인들을 끌어모으기 에 급급했다. 왜냐하면 구리도매시장에 입주할 법인의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은 법인들이 확보한 상인들의 수였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상인들을 끌어모으다 보니, 경험이나 거래처가 풍부하지 않은 상인들이 상당수 법 인으로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실제적으로 청량리 시장에서 상당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으면 서도 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거상’들은 그대로 청량리 일대에 잔존하게 된다. 김 교수는 “애초부터 도매법인 위주로 선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 과거의 세금납부실적 등을 고려해 법인이 아니라, 중도매상인들 위주로 입주자를 선발해야 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개장 초에 비뚤어진 관 리운영은 나중에 바로잡기가 어렵다. 하지만 구리도매시장을 활성화하는 최선책은 엄격한 선발기준에 의해 청량리 상권을 흡수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