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사람이야기

만화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우리의 만화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처럼 성장기에 있습니다.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조금씩 커나가고 있는 우리 만화를 제발 짓밟 지 말아주세요.”

만화를 21세기 문화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시책이 나왔을때 만화가 권가야(32)씨는 자신의 직업에 보람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계 절풍처럼 또다시 불어닥친 만화탄압은 그를 허탈케 했다. 권씨는 그러나 더이상 체념한 채 만화 그리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난 8월1일 만화의 자유창작에 뜻을 같이 하는 80여명의 만화가 들이 함께 권씨의 지하 작업실에 모여 ‘젊은 만화작가의 모임’(대표 장 태산)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기존 만화가 단체 등과 함께 만화탄압에 대 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창작자유 확대방안 등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22세 때부터 만화를 그려온 권씨는 <해와 달>이라는 만화로 만화잡지 에 늦깍이 데뷔를 했다. 권씨를 비롯한 ‘젊은 만화작가의 모임’ 회원 대부분이 이렇듯 만화잡지에 종사하고 있는 이삼십대 작가들이다. 만화잡 지는 신진 작가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출판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래서 잇따르는 만화잡지의 휴·폐간은 만화잡지에서 활동하 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암담하게 하고 있다.

권씨는 “만화잡지 유통구조의 위축은 우리나라 만화가 곧바로 과거의 대 규모 공장제 대본소 체제로 회귀하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대본소 체제는 젊은 작가를 한 유명작가의 문하생으로밖에 활동할 수 없 게 만듭니다. 만화가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작가정신이 묻어나오는 작품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김형석/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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