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쇼킹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함정은 의외로 쉽다. 부분만을 찍어서 전체인 양 확대하는 것이다. 한 문화를 이루기 위한 역사적 조명과 다각적 시각을 완전히 무 시하고 카메라 앵글에 잡힌 현상만을 찍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하는 부분 만 편집하고 적당히 사실성을 강조하는 내레이션을 집어넣는다. 또 기존 영화가 다루기 힘든 자극적 장면이나 충격적 영상들을 사실주의를 방패삼 아 넣는다면, 흥행을 위해선 금상첨화(?). 이런 맥락에서 몇 개월째 롱런 중인 <쇼킹 아시아>는 다큐멘터리의 위험요소를 잘 드러내주는 쇼킹( !)한 영화다.

이 영화는 크게 종교와 성(性)을 위주로 한 동양문화를 축으로 한다. 종 교적 측면은 힌두 페스티벌에서 비수로 살을 관통하는 피학증적 의식 또 는 화장식 등으로 구조화됐다. 또 성적인 면은 일본의 섹스숍이나 변태적 성욕을 추구하는 이미지클럽, 게이 성전환 수술 등이다.

에머슨 폭스 감독은 ‘해뜨는 곳’ 아시아를 훑는다. 그리고 폴 케네디가 <강대국의 흥망>에서 21세기 패권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 아시아를, 일순간에 야만과 본능의 미개국가로 전락시킨다. 그리고 그의 표현대로 부도덕하고 비정상적인 일들이 아시아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비분강개한 다. 어쩌면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단순히 신비한 나라로 믿고 있는 서구인 들의 감상을 ‘미개한 아시아 이미지’를 통해 박살내고 싶어했을 것이다 . <쇼킹 아시아>는 객관성을 저버리고 성의 변태적 측면만을 보여줌 으로써 영화를 일종의 ‘섹스 정보 프로그램’으로 전락시켰다. 섹스숍의 상품소개와 사용설명을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하면서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쇼킹 아시아>에는 아시아가 없다. 적나라 함만 있고, 문화적 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 문화탐방이라는 미사 여구는 상업성을 가리는 치장에 불과하다. 그 결과 자막이 올라간 뒤 진 동하는 여진 속에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진지성은 없고, 구역질나는 오리 엔탈리즘만 울린다. <쇼킹 아시아>는 미셀 푸코의 관점에서 보면, 쇼 킹한 영상임에도 보수적인 영화다. 영화의 시점은 기존 서구중심의 이성 적 세계관에서 출발하며, 문명의 또다른 이면을 부정하는 잔인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진지한 성찰을 부정하고 표면적인 비이성성에 분노한다. 쇼 킹한 건 오직 단순한 문화사관을 가진 감독의 시선뿐이다. 결국 영화는 문화포르노그라피로 향한다. 문화를 하드코어하게 그려내어 관객들로 하 여금 마치 성포르노를 보는 듯한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성포르 노그라피가 성을 상품화한 것처럼 아시아 문화는 창녀화된다. 서구인의 시각에 의해!

김의수/ 영화평론가

김의수: 73년생·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97년 <씨네21> 신인영화 평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