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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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왼쪽)가 삼성편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재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조차도 삼성 편들기에 나서고 있는가? 채권단, 금융 권, 정부는 물론 이 대표도 삼성과 연계돼 있다는 ‘설’이 재계에 파다 하다. 이 대표의 실세 측근에 삼성인맥이 포진해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한 이런 소문은, 이 대표가 기아사태의 해법과 관련해 채권단이나 정부와 똑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24일 강경식 부총리로부터 기아사태와 관련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중소협력업체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아의 자구노력과 구조조정노력이 이른 시일내 실효를 거둬 경제전반의 어려움과 금융질서의 불안정이 수습돼야 한다” 는 원칙론을 폈다.
이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와 관련해 “기아가 잘못되면 무슨 일이 일 어날지 모른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김선홍 회장의 퇴진 이나 제3자 인수를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 서도 “기아의 부실경영은 일차적으로 현 경영진에 그 책임이 있는 만큼, 김 회장이 퇴진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라고 말해, 김 회장의 퇴진이 기 아지원의 기본전제라는 채권단의 입장을 그대로 지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채권단이 기아죽이기란 비난을 사면서까지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것은 그만큼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 냐”며 “지금 여권의 실세가 누구냐”고 사실상 이 대표를 지목했다. 재 계는 특히 이 대표의 측근실세로 삼성인맥이 포진돼 있음을 근거로, 이 대표의 삼성편들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측근 가운데 대표적인 삼성인맥으로 꼽히는 사람은 고흥길 특 보와 이흥주씨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 특보는 이 대표가 영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등에서 삼성쪽에 전화를 걸어 “그런 움직임 이 있는데 알고 있느냐”며 사실상 “막아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를 무시하고 고 특보를 이 대표쪽에게 보냈다.
이 대표가 총리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며 그때부터 측근이 된 이흥주씨의 경우는 삼성쪽이 적극적으로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나선 사례다. 삼성은 이 대표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이씨를 삼고초려하다시피 ‘모셔다’ 고문 직책을 맡겼다. 이씨는 이 대표가 대선 후보경선을 치르는 동안 사 조직을 총괄하는 등 최측근 실세로 부상해 있다.
재계에서는 “기아가 자칫 잘못될 경우 대선가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도, 이 대표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이들 측근들 때문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이 대표쪽은 이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못느낀다”고 단호히 일축했다. 그러나 소문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기 아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대표에게도 계속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 로 보인다.
정남구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