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영남민심기행

신한국당 부산시지부 당원대회마저 썰렁

신한국당 부산시지부가 느끼는 시민들의 무관심은 더욱 절박하다. 하다못 해 당원들까지 정치 자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지부는 유력한 지지기반인 이곳의 민심을 끌어안기에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시지부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 뒤 3일 만인 지난 7월24일 김운환 지부장 주재로 서면 롯데호텔에서 21개 지구당과 시지부 핵심당원 등 1백 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시지부 단합과 결속을 다지는 당원단합대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의 주목적은 최근 당내 경선과정에서 나타났던 당원들 의 분열상을 추스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예상과 달리 초청 대상인 시지부 부위원장 15명 가운데 5명이 불참했으며, 시·구의회 의장 단도 19명 가운데 12명이 불참했다.

이전 같으면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출정식 형태로 치러졌을 당원단합대회 가 이처럼 맥이 빠져버린 것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당원들간의 누적된 갈등’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백제권 출신'의 싸움으로 결정돼 버린 이번 대선에 대해 아예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게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완전경선 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뽑은 것은 우리 정당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추어올리면서도 “앞으로는 절대 편가르기를 해 서도 안되며,(경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특정인에 대한 지지발언을 하는 것을 삼가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이제 부산에서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게 된 만큼 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해 분위기 일신에 적 극 나서야 한다”면서 “(민심이 크게 이반된 만큼)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선준비기구를 발족해 민심을 추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선과정에서 자신이 비록 반이회창 진영에 섰지만 결과에 승복 할 것이며, 본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몰아줘 부산이 ‘최후의 공신’ 반 열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져 눈길을 끌었다. “YS가 민자당시절 대선후보로 뽑힐 당시 민정계가 상당수 추대위에 참석했지만 어느 누가 그들을 실세라고 하느냐”고 반문한 그는 “정작 실세는 대선에서 표를 많이 몰아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역할론인 셈이다. 그 는 또 이날 마오쩌둥과 비스마르크의 집권 당시를 예로 들며 특별히 밑바 탕 민심을 추스르지 않을 경우 자칫 집권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강조 했다. 그 자신도 '원천적 무관심'으로 흐르는 부산 민심을 심각하게 경계 한 셈이다.

그의 이날 발언에는 자신이 지난 당내 경선 때 이인제 후보를 지지한데 따라 이 대표에게 박힌 ‘미운털’을 일거에 떨쳐버리겠다는 개인적인 의 도도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최근 경선과정에서 빚었던 각 지구당 소속 핵심 당원 및 대의원과의 소원했던 저간의 분위기 를 일신하지 않고서는 가장 큰 벽인 부산 시민의 무관심을 극복할 수 없 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한 당직자의 설명이다.

부산=최익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