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영남민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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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북농업경영인대회를 찾은 김대중 총재.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전폭적 지지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92년 대선에서 당시 여당의 김영삼 후보는 야당의 김대중 후보보다 영남에서만 무려 4백만표(대구·경북 1백45만표차, 부산·경남 2백60만표 차) 이상을 앞질렀다. 이에 비해 김대중 후보가 호남에서 90% 이상의 ‘ 압도적인’ 지지를 기록하면서 얻은 표는 기껏 2백80만표에 불과했다. 부 산·경남 지역의 표차만 해도 김대중 후보 아성의 득표를 상쇄할 정도다. 영남표의 위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남권 원로 모시며 ‘TK 추스르기’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경우는 물론 김영삼 후보 때와 다르다. 김영삼 후보는 당시 영남 전체의 단결된 지지를 받았지만, 현재는 대구·경북의 경우 ‘반신한국당 정서’가 워낙 강한 데다 부산·경남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이회창 대표의 대 영남권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 대표가 ‘T K 추스르기’ 작업에 가장 먼저 착수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 는 지난 7월28일 신현확 전 총리와 김준성 전 부총리, 이원경 전 외무장 관, 문태갑 전 의원 등 TK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경선 이후 만난 당외 인사로는 이들이 처음이었다. 다음날에는 포항북 보궐선거에서 당선 된 박태준 전 포철회장과도 만났다. 모두 TK 정서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다. 본격적인 TK 탈환 작전에 나서기 전에 TK 대부로 불리 는 인사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몸을 낮추는 예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쪽은 TK는 잘만 접근하면 92년 YS 수준까지는 못 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고토 회복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이다. 이 판단의 근저에는 대구 경 북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신한국당이라기보다는 YS라는 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즉, 신한국당 경선에서 나타났듯이 반YS 정서가 반이회창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상대인 DJ는 아직 거부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구의 다수당인 자민련 총재 JP의 경우 집권 가능성 문제로 응집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이 이 대표쪽을 고무 시키고 있다.
이 대표쪽은 이에 따라 참신성과 대쪽 같은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김윤환 고문과 강재섭 의원 등 이 대표 지지자들을 대리로 내세울 경우 현 정권 에서 등돌린 민심을 다시 돌려세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옛 여권인사 로 흡수되지 않는 표에 대해서는 이수성 고문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이 고문과 허주(김윤환 고문의 아호)와의 대립적 경쟁 관계로 인해 이 대표쪽의 구상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 대통령의 텃밭인 PK는 미우나 고우나 YS를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계산 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경선과정에서 사퇴한 박찬종 고문의 거취 등이 변수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김 대통령과 민주계 의원들이 적극적으 로 나서 정권 재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이탈표가 그리 많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영남 공략은 기본적으로 DJ와 JP간의 후보단일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야당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영남권에서 두 야당 지지도의 단순 합계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철언 의원 등 대구의 자민련 의원들뿐만 아니라 박태준 전 포철회장 등 독자적인 인 사들도 야당 단일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입장을 갖고 있어, 후보단일 화가 성사될 경우 이는 영남권의 민심에 상당한 동요를 가져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야권, 영남권 후보 출마하면 어부지리
야권은 단일화를 통한 영남에 대한 공동 공략과 함께 영남표 분산을 위한 각개 격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영남에서 다수파가 되려는 것보다는 기존 의 강한 결집력을 완화시켜 표를 분산시키자는 전략은 국민회의쪽이 훨씬 강하다. 어차피 영남이 무주공산으로 바뀌어 표가 어느 한쪽 특히 여권으 로 쏠릴 염려가 별로 없는 만큼 여권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눠갖도록 하 자는 것이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7월25일 대구 경북 지역을 방문하고, 이수성 신 한국당 고문과 박태준 전 포철회장 등을 만나는 등 ‘표 안 되는’ 영남 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반DJ 정서’의 약화를 자신에 대한 표로 직접 연결시키려는 것보다는 D J에 반대한 영남표의 여권 결집 정도를 누그러뜨리자는 의도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 등 영남후보의 독자적인 출마 역시 야권이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