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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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년 만에 여의도 정계에 돌아온 박태준 의원을 7월31일 북아현동 자 택에서 만났다. 그의 시선은 역시 야당쪽에 고정돼 있는 것 같았다. 여당 쪽에 대해서는 별 관심조차 보이려 하지 않았다. 반면 야권에 대해서는 “후보단일화만 되면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최상의 기회”라고 강조했 다.
-박 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기대가 큽니다.
=나에게 관심을 지나치게 갖지 말았으면 합니다. 너무 시선이 집중돼서 부담스러워요. 약 5년간 바깥에서 지낸 데다 두달 동안 선거를 하느라고 엄청나게 피로가 쌓였습니다.우선 쉬고 싶은데 만나자는 사람은 많고, 안 만날 수도 없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선에서의 계획은.
=정치적인 상황 파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어요. ‘DJP 연합’에 대한 양쪽의 생각도 모르고 있어요. 물론 여당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앞으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 변화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나를? 오랜만에 돌아온 데다가 고생했고, 과거에 실물경제 분야에서 일 을 했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지 몰라도 5년의 공백은 큽 니다. 정치적 기반에서도 그렇고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영남권 후보의 공백입니다. 이런 상태가 그대로 가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영남권 공백’이라는 말 자체가 지역당이나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강조 하는 말입니다. 그런 식의 보도는 언론이 고쳐나가야 합니다. 과거에 영 남권에서 정치지도자가 많이 나왔으니 이번에도 영남에서 나와야 한다거 나 아니면 그 반대로 이번에는 기호지방에서 대통령을 해야 한다느니 하 는 식의 주장은 다 문제가 있어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지역이 무슨 문제 가 있습니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존의 야당 후보를 대체하는 주자로 박 의원을 꼽기 도 하는데요.
=일각이 아니라 일부겠지요. 이러면 어떨까 하는 차원의 생각 아니겠어요 . 그것이 국민 전체의 생각이 될 수도 없는 것이고 나의 역량문제도 있지 요. 외국 다니다가 돌아온 사람을 두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 실적이지 못하다라고 생각하는데, 기자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앞으로 여 러 사람의 얘기도 들어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봐야죠.
-야당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잘 될 것 같습니까.
=이번에 두 총재를 방문한 것은 선거 때 도와준 데 대한 인사차 방문이었 습니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 시간은 없었어요.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분 다 이번이 마지막 아니겠습니까.
-단일화 해도 여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중론인데요.
=그래요? 현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일을 어떻게 했습니까. 그동안 국가가 어떻게 됐는데 그래 현 정권을 승계한다는 분이 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기 힘든데요. 이회창씨는 여당 후보로서 주장할 얘기가 그리 많지 않을 텐데도 국민들이 지지할까요. 그리고 경제도 대선까지는 좀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여당으로서는 악재가 아닌가요. 야 당에서 단일후보가 본선에 나선다면 이번 선거야말로 수평적인 정권교체 를 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라고 봅니다.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쪽에서 박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자는 얘기 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좀더 오래 전부터 인간관계를 쌓았어야죠. 지난 5 년 동안 단절했다가 필요가 생겼으니 부탁을 한다, 그것은 실례의 말씀 아닌가요.(언성이 다소 고조) 인간관계란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 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이회창 대표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그분을 떠받치 고 있는 주도세력이 민정계 아닙니까. 지난 5년 동안 그들을 본 적이 없 어요.
-어쨌든 홀몸으로 정치하기는 힘들 텐데, 기존 정당에서 입당 제의가 오 면 들어가겠습니까.
=지금 당장은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리고 기존정당에 대 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 알아야 합니다.
-신당 창당은….
=(한동안 침묵) 내가 무슨 능력이 있겠어요. 우리 풍토에서는‘정당=돈’ 아닙니까. 물론 인간관계도 필요하지만, 돈이 없으면 인간관계도 안 된다 는 것을 지난 5년 동안 절감했어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완전한 선거공영제가 하루 빨리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생산자금으로 쓰 여야 할 돈이 비생산적인 부분에서 엄청나게 굴러다니는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될 리 있겠습니까.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대통령 선거, 지방 의 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선거가 숱한데, 언제 돈이 생산쪽으로 가겠 습니까.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