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초점

하마스 부활의 신호탄 폭탄테러

(사진/지난 7월30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저지른 예루살렘 마하네 예후다 야채시장의 자살폭탄테러 현장. 18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8월1일 레바논 시돈항의 에인 엘 헬워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는 2천 명의 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알라신에 대한 기도를 마치고 시위 를 시작한 이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을 소리높여 외 쳤다. 또 이들의 손엔 “아라파트는 민족반역자”라고 쓰인 커다란 피켓 과 깃발들이 들려 있었다. 이날의 시위는 지난 7월30일 이슬람저항운동( 하마스) 대원의 예루살렘 자살테러 뒤 불어닥친 검거선풍에 대한 항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국 이날 시위가 보여준 것은, 죄없는 민간인 18명을 희생시킨 하마스의 ‘야만적 테러’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각과 국 제적 비난 여론 사이엔 엄청난 인식차가 있다는 점이었다.


최악의 비극 부른 ‘순교작전’

7월30일 오후 1시15분, 예루살렘 중심가 마하네 예후다 야채시장에서는 커다란 폭발음이 두차례 잇따라 울려퍼졌다. 자신의 몸을 10㎏ 정도의 폭 약으로 감싼 두명의 테러범이 폭약을 터뜨린 것이다. 폭발현장은 곧 아수 라장으로 변했다. 인근 가게의 허물어진 벽더미와 쇼핑중이던 행인들의 주검이 뒤엉켰다. 18명 이상의 행인의 목숨을 앗고 1백여명을 부상시킨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과 3월 하마스가 감행한 일련의 폭탄테러 이후 최 악의 테러였다.

테러 직후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도시 라말라의 적십자사 건물 입구 앞 에 배포한 쪽지를 통해 “신의 이름으로, 투옥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 해 예루살렘 순교작전을 결행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또 이날 테러가 “정착촌의 이스라엘인들이 선지자 모하메드를 돼지에 비유 하는 모욕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7월28일 4개월간 표류하던 평화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이스라엘과 팔 레스타인 자치당국은 이번 테러로 다시 회담재개를 취소했고, 이스라엘은 곧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에 들어갔다. 또 이스라엘은 관할구역에서 하마 스 관련자 색출작업을 벌여 8월1일 현재 모두 79명을 체포했다. 이어 네 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까지 군대를 투입할 수 있 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두 진영 사이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이번 테러는 이스라엘을 겨냥 한 것이 아니고 평화를 겨냥한 것”이라며 테러에 대한 비난강도를 높였 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테러단체 하마스가 다시 힘을 얻은 데는 아라 파트와 네타냐후 탓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 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주지역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정 착촌 건설’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이런 비타협적인 강경책은 팔 레스타인 사람들을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게 했다. “힘으로 우리 땅을 좀 먹는 이스라엘과 무슨 평화협상이냐”는 반감이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하마스의 무장투쟁이 다시 힘을 얻을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 아라파트 정부도 상황을 하마스에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 우선 아라 파트 정부는 평화회담 재개를 위해 이스라엘이 요구했던 ‘팔레스타인 테 러용의자 체포와 폭탄제조 공장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팔레스타인 쪽 강경파들은 이를 두고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고 격렬히 비난해왔다.


하마스, “군사행동 재개에 우호적 환경 조성”

아라파트 정부의 부패도 문제였다. 지난 8월1일 아라파트 정부 각료 18명 중 16명이 부패와 관련해 사임했다. 이번 사임은 7월28일 자치정부 의원 들이 의회에서 장관들의 부패를 세세히 지적하며 내각 해체를 촉구한 뒤 나온 것이다. 외신들은 자치정부의 이런 부패가 일반 팔레스타인인들의 소외감을 더욱 키웠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자살폭탄테러분자 들이 오히려 팔레스타인인들의 국민적 영웅이 되는 듯한 분위기라고 지적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27일 하마스 대변인 니자르 라마단이 프랑스 진보지 <리베라시옹>과 가진 인터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그동안 하마스가 여러 차례 군사적 착오를 보인 것은 조직이 그만큼 약 해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스라엘 에 대한 군사행동을 재개하는 데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망 했다. “네타냐후 정권이 들어선 뒤 이스라엘인들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 한 적대감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살테러 공격의 재개 여부는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 그리고 3일 만에 자살테러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폭탄테러 뒤 네타냐후 정권이 보이는 강경대응이 결코 효과적인 테러예방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