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TV합동토론회 합시다”

(사진/한국방송협회와 신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3당 후보자초청 토론회.
합동토론회는 각 후보별 차별성을 분명히 해 유권자들의 변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개별 면접보다는 합동 면접을 해야 서로의 장단점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습니까.” “한 후보를 불러다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현재 방식의 텔레 비전 토론회는 이제 지겨워요” 지난 7월 28∼30일의 1차 TV 대선후보 토 론회에 이어 8월4일부터 시작된 3당 후보에 대한 2차 텔레비전 토론회를 지켜본 국민들의 반응이다.

텔레비전 토론회를 국민들이 지겨워할 만도 하다. 토론의 형식이나 내용 에 별 차이가 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차 토론회에 이어 앞 으로도 11월14일까지 후보당 여섯번씩 남아있다. 이뿐이 아니다. 날짜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부산, 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북·제주 , 대전·충남북, 강원 등 지역별로도 한차례씩 토론회를 갖기로 3당간에 합의가 이뤄져 있다. 신한국당 경선 이전에 텔레비전 3사별로 이뤄진 토 론회까지 합할 경우 한 후보당 모두 열일곱번씩 같은 방식의 토론회를 갖 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토론자가 바뀌고 주최쪽(개별 방송사 혹은 신문·방송협회 합동) 이 차별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내용이 중복될 수밖에 없어 시청자들이 싫 증을 내기 십상이다. 또 토론횟수가 많아질수록 후보들도 ‘훈련’돼 토 론회의 목적인 변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텔레비전 토론회의 종착점은 미국처럼 후보자간 토론이나 복수의 후 보가 출연해 토론자와 겨루는 합동토론회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지던 후보간 합동토론회가 우리나라 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합동 TV토론 성사 가능성에 파란불을 켜고 나선 쪽은 신한국당의 이회창 대표다. 이 대표는 8월1일 구기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대통 령 후보들과 합동으로 TV토론회를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 여 당 후보가 TV토론회를 적극적으로 꺼려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 적이다.

물론 신한국당의 당직자들은 이 대표의 ‘모험적인 언행’에 일단 제동을 걸고 나왔다. 이윤성 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대선기 간 중 합동토론회를 가질지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한다는 것이 당론”이 라고 말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은 합동토론회에 상당히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3명의 후보가 한자리에 나올 경우 언변에 있어 꿀릴 게 별로 없 는 데다가 상대적인 ‘젊음’이 돋보일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는 합동토 론회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쪽은 야권이 합동토 론회를 요구하면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이 마련한 선거법개정안도 “공영방송사가 선관위규칙에 따라 후 보자 일부 또는 전부를 초청해 정강·정책이나 정견 등을 알아보기 위해 대담·토론회를 3회 이상 개최해 보도한다”고 규정해 합동토론회를 배제 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물론 후보간 합동토론회 개최 자체에 대해 서는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 선거법 개정 안에서 대통령선거기간 중 공영방송사가 복수의 후보가 참석하는 합동토 론회를 3회 이상 실시토록 의무화했다. 이 가운데 2회 이상은 후보자들끼 리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후보자들만의 순수 합동토론회를, 1회 이상은 질문자들이 후보자들에게 질문하는 합동토론회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합동토론회에 대해선 양당간에 견해 차가 있다. 국민회의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엔 지금과 같은 개별 토론회를 계속하자는 입장인 반면 자민련은 그전에라도 합동토론회를 하 자고 서두르고 있다. 국민회의가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 합동토론회에 미 온적인 것은 표면적인 이유와는 상관없이 후보단일화를 이룰 자민련과 한 자리에서 토론을 벌이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자민련은 후보자가 한 자리에 설 경우 경험, 경륜이 풍부한 김종 필 총재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며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합동토론회를 갖 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한국당도 국민회의와 마찬가지로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에 후보간 합동토론회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 이어서 후보간 토론회가 이른 시일내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여야 3당과 방송사가 합의한다면 선거 운동기간 전 후를 막론하고 합동토론을 개최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