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단

미선이는 왜 죽었는가

(사진/농아원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에버랜드에 놀러갔을 당시의 최미선양 모습. )

진짜 사인은 무엇일까. 미선이를 아는 많은 이들은 미선이의 익사를 믿으 려 하지않는다.

먼저 미선이는 세수도 거부할 만큼 물을 싫어했고 농아원 안에서는 옷을 벗고 다닌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게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교사들의 공 통된 증언이다. 미선이가 발견된 장소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목욕이나 수 영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게다가 당시는 장마철이었다. 근처에서 옷을 발 견하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미선이가 발견된 곳은 또 낚시꾼들이 거의 매일 나오는 곳인데 시체를 며칠 동안 발견하지 못한 점도 이상하다. 상 류에서 떠내려왔다면, 시신에 긁히거나 부딪친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주 검에서 그런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상류에서 발견 장소까지 사이에는 수 중보가 몇군데 설치돼 있어 시신이 잘 넘어오기 힘들 뿐 아니라 넘어왔더 라도 눈에 띌 만한 상처가 분명히 생겼을 것이다.

미선이가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는 가게주인 강선화씨도 경찰이 제시하는 증언과는 다른 진술을 한다. 강씨는 지난 5월 어느날 11시가 넘 은 한밤중에 옷을 벗은 상태의 미선이를 발견한 적이 있다. 알몸인 미선 이의 양쪽 팔에는 누가 금방 억세게 만진 손자국이 나 있었다. 근처에 여 자아이들을 건드리는 고등학생들이 많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씨는 미 선이의 아랫도리를 확인해봤다. 별 흔적이 없어 안도한 강씨는 딸의 옷을 미선이에게 입혀 파출소를 통해 농아원에 넘겨줬다. 미선이를 여러번 봤 지만 그때 이외에는 벗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게 강씨의 말이다. 진위 파출소의 정각수 순경도 강씨에게 미선이를 넘겨받은 날을 5월16일이라고 확인했다. 그렇다면 누가 함께 물가까지 갔거나, 누군가가 죽인 뒤에 물 가까지 끌고 갔다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다. 옷이 벗겨진 것과 관련해 성 폭행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발견됐을 때 이미 사체가 너무 손상돼 검사 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농성자들은 그 결과에 대해 기대하지않는 듯하다. 부검을 맡은 서중석 박 사는 “부검이 전체적으로 끝난 상태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해부학적으 로 타살이라고 단정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인이 ‘ 익사’로 나오더라도 그것이 사망의 종류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며 타살이 냐 자살이냐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은 경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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