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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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땀을 몸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가늠자처럼 여긴다. 아이가 건강해 보이고 잘 먹고 잘 놀아도 땀을 많이 흘리면 엄마들은 혹 시 아이가 몸이 허한 것은 아닌가 고민을 한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하 루에도 몇명씩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린다고 소아과를 찾는다. 아이가 튼튼 하고 이상이 없다는 소아과 의사의 반복되는 설명에도 “아이가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마지못해 진료실 의자에서 일어서는 엄 마들이 많다. 땀이 많이 나면, 그것도 식은땀이 많이 나면 아이가 진짜로 ‘허’한 것일가.
사람의 몸에는 2백만개나 되는 땀샘이 있어 땀을 흘리게 된다. 그런데 땀 이란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고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 땀 그 자체는 우리 몸에 유익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피 부의 단위 면적당 땀을 더 많이 흘리는 특성이 있다. 땀샘이 많이 모여 있는 이마나 뒷머리, 손바닥과 발바닥은 식사를 하거나 조금만 힘이 들어 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경우가 흔하다. 또 아이들은 아직 미숙해서 어 른과는 달리 땀을 제대로 조절할 능력이 없다. 어떤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데도 땀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기도 하고, 잠을 잘 때 땀으로 베개가 흠뻑 젖는 경우까지 있다. 아이들은 본디 땀이 많은 것이다.
아이가 비만인데도 “땀을 많이 흘리니 보신을 해주어야겠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감기에 걸려 약이라도 먹고 있다면 약이 독해서 땀을 많이 흘린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부모들이 고민고민하면서 문의 하는 아이들의 식은땀에 대해 소아과 의사들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더라도 열이 없고 눈으로 보기에 다른 이 상이 없는 경우는 대개 체질적인 경우이다. 또 아이가 어릴수록 땀을 많 이 흘리게 되고 평소에 안 흘리다가 갑자기 많이 흘리는 경우도 많다. 원 래 아이들은, 특히 ‘우리 아이’는 유난히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법이다 .
하지만 땀이 많이 나는 것이 모두 다 괜찮은 것은 아니고 간혹 진짜 문제 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열이 나는 병에 걸리면 땀이 많 이 난다. 게다가 해열제를 쓰면 땀이 날아가지 않아 피부는 더 축축해진 다. 선천성 심장병이나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같이 아이의 체력을 소모시 키는 병에 걸려도 땀을 많이 흘린다. 구루병, 저혈당, 수은 중독, 핵황달 로 인한 뇌성마비, 뇌염 후유증 등등 드물긴 하지만 듣기만 해도 무시무 시한 병에 걸려도 땀을 많이 흘린다. 하지만 이런 병들은 매우 드물다. 또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보고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발 견하기보다는 다른 증상으로 병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된다. 이런 병은 소아과 의사가 진찰해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단순히 땀이 많이 난다고 해서 아이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영양상태가 좋아져 오히려 비만인 아 이들이 많아 문제인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땀을 많 이 흘리면 몸이 허약하다고 생각하고 무엇을 먹여야 하나 고민한다. 아이 들은 항상 뒤통수가 따끈따끈한 법이고 식은땀도 많이 날 수 있고 유난히 우리 아이는 땀을 많이 흘리는 법이다. 우리집 아이도 한바탕 놀면 땀으 로 목욕을 하지만 전혀 허약하지 않다. 땀이 많이 나도 다른 이상이 없다 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고, 잘 씻겨주고, 옷 을 자주 갈아 입혀서 체온손실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 대개는 문제가 없다.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14일 제 170호